오늘은 다중주택과 고시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둘 다 어디서 들어 보셨을 텐데, 정확한 의미를 모르실 수 있습니다. 고시원은 평소에 많이 들어보셨을 법 한데, 다중주택은 좀 생소하죠. 고시원은 예전에 고시공부를 하던 분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든, 그야말로 최소수준의 주거시설입니다. 2평 정도 수준의, 침대 깔고 책상 놓으면 남는 자리가 없는 공간이죠. 이 고시원은 2009년 이전에는 건축법상으로 별도의 용도가 없었습니다. 사무실이나 기타 근린 생활 시설 용도로 지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로는 2종 근린생활시설 중 ‘다중생활시설’이라는 용도로 구분되었습니다. 즉, 상가의 일종이라는 이야기죠. 500제곱미터가 넘어가면 숙박시설로 구분됩니다.
다중주택은 단독주택의 한 종류입니다.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이 거주하는, 일종의 하숙집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화장실은 방마다 개별로 설치할 수 있지만, 취사 및 거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주택의 면적은 660 제곱미터 이하여야 하고,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는 3층 미만이어야 합니다(1층 필로티 제외). 이 부분은 다가구 주택과 유사하죠. 근린생활시설 등 다른 용도를 한 건물에 같이 짓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에 면적 제한이 330제곱미터에서 660제곱미터로 바뀌고 층수 제약도 완화되어 좀 더 짓기가 쉬워졌습니다.
사실 이 두 시설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고시원이라고 하면 사람 누울 자리도 부족한 방에, 창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방이 연상됩니다. 최근에 서울시의 조례가 개정되어 올해 7월부터는 개정된 법을 지켜야 합니다. 방 크기는 7제곱미터 이상(약 2평, 화장실이 달린 경우 9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일정크기(1미터 x 0.5미터) 이상의 창이 반드시 나야 합니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하여야 하고 복도는 편복도일 경우 1.2미터 이상, 중복도일 경우 1.5미터 이상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 시행규칙). 이외에도 고시원은 다중이용시설로 구분되기 때문에 화재상황에 대비한 많은 법규들을 준수해야 합니다. 개별 주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습니다만, 면적의 제약으로 개별 주방을 설치한 고시원은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중주택은 개별 실면적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만, 개별 주방을 확보해서는 안 됩니다. 공용 주방과 거실에서 같이 모여 식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다중주택의 원래 취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다중주택이 불법개조를 통해 주방을 만들고 원룸처럼 쓰이는 게 현실입니다. 사용 승인 후 주방을 설치하는 방법인데요. 이것이 적발되어 징계처분을 받은 건축사와 시공사의 기사가 난 적도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61208037600060?input=1195m
그렇다면 다가구나 다세대 등 좀 더 갖춰진 주거 용도가 아닌 고시원이나 다중주택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주차’입니다. 이 두 가지 용도가 주차대수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주차대수를 산정하는데요. 서울시를 기준으로 보자면 우선 세대별 전용면적 85제곱미터 미만이면 전용면적을 75로 나누고, 85제곱미터 이상이면 전용면적을 65로 나눈 숫자를 더해서 주차대수를 구합니다(이것은 예전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설명하는 글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소수점 아래로 나오는 숫자를 올리기 때문에 대수가 많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세대당 1대를 먼저 확보하라는 조건(세대 면적 30제곱미터 이하 0.5대, 60제곱미터이하 0.8대)이 붙기 때문에 계획상 더 불리하죠. 그래서 다세대, 다가구 주택 대부분이 1층에 커다란 필로티 주차장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시원과 다중주택은 사정이 다릅니다. 고시원은 용도상 근린생활시설입니다(500제곱미터 이하일 경우). 시설면적 134제곱미터 마다 1대만 설치하면 되는데다(서울시),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하면 되기 때문에 다세대, 다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합니다. 다중주택은 용도상 단독주택입니다. 단독주택은 시설면적 50제곱미터 초과 ~ 150 제곱미터 이하일 땐 1대이고, 시설면적이 150제곱미터를 초과할 땐 150 제곱미터를 초과하는 100제곱미터 당 1대를 적용합니다. [1+{(시설면적-150㎡)/100㎡}] (서울시). 해보시면 알겠지만 역시 다세대, 다가구보다 훨씬 적은 주차대수로 건축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주차 규정이 비교적 느슨한 이유는 아마 고시원과 다중주택에 주거하는 이용층이 차를 소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하니 주거환경이 다소 열악하더라도 대지 면적이 좁고,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부지일 경우 고시원이나 다중주택을 검토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도심지 땅에 주차장을 내주기 시작하면 계획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가장 비싸게 임대를 받을 수 있는 알토란 같은 1층 부지를 주차로 날리는 게 아까운 것도 있구요. 저도 예전에 처갓집 앞에 원룸 건물이 들어서는 걸 보았는데, 방이 굉장히 많은데 주차는 단 2대로 끝내버렸길래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한창 다가구 건물을 계획하던 시기였는데, 내가 알던 다가구 다세대 용도로는 이런 주차대수가 불가능한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죠. 알고 보니 그것이 다중주택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건축설계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다중주택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다중주택은 불법 개조의 온상 같은 건물이기 때문에 많은 건축가분들이 기피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만약 향후에 불법개조가 이루어질 경우 그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소위 ‘집장사’라 불리는, 영세 업자들이 담당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건축가분들이 참여하여 좋은 퀄리티로 완성시킨 다중주택도 있습니다. 이 건축가분도 덧붙인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외시하는 다중주택 영역을 하나씩 부딪혀 가며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적고 있네요.
이렇게 고시원과 다중주택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려 보았습니다. 집이면서 집이 아닌, 뭔가 별종 같은 건물이긴 하지만 아직은 경제적으로 힘든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을 위해서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건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법 개조가 이루어져서는 안되겠죠. 이 건물들도 앞으로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시설로 발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선동 건축사라고 합니다. 건축 문의, 상담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연락처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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