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곡면이 있는 건물을 그리려고 시작한 스케치다.
거의 대부분의 스케치가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푸하하하 프렌즈의 근작이 좋아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곡면과 테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물이었는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당시엔 시공중이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이건 건축가가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한 것 같은데..'란 인상을 받았었다.
외피 재료를 마치 껍질처럼 다루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준공 사진을 보니 내 생각이 좀 틀린 것 같다. 메스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룬 건물이었다.
요새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인테리어 디자인도 겸하고 있다. 상호간에 영향을
강하게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영역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작업하는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건축가는 메스를 다루는 느낌이고
인테리어는 스킨, 껍질의 재료를 다루는 느낌이다.
건축가는 좀 더 큰 흐름을 중시하고, 인테리어는 말단의 디테일을 중시한다.
건물의 규모가 작아지면 이 경계가 거의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크면 클수록 건축의 느낌이 강해진다.
이 스케치는 결과적으로 리차드 마이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달리 보면 시자 느낌도 든다. 둘 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다.
(마이어는 성추문 이후 인식이 아주 많이 나빠졌다)
오늘도 이렇게 한 장을 남겨본다.
www.openstudioarch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