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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May 03. 2021

[책이야기] 호모워커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



군대 전역 후 저는 여느 복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자극제를 찾았습니다. 이대로 공부만 하기엔 남은 대학생활과 젊음이 아깝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당시 유행했던 TEDx 강연 행사를 교내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가입하였습니다. 그 때까지 죽지 않고 남아있던 군인 정신으로 성실하게 활동했습니다. 그 모임은 주 1회로 각 파트별 준비상황을 공유하고 다음 주 계획까지 수립하는 정기 회의 후 매일같이 뒤풀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실직고하면, 대학교 동아리 특성상 뒤풀이 술자리가 메인 활동이고, 강연 준비 활동이 서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대학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준 TEDx 활동



당시 저와의 나이차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위 학번이었음에도 졸업을 미루고 같이 활동을 했던 선배 한 명이 있었습니다. 학교마다 존재하는 소위 ‘한량형’ 스타일의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가 저에게 당시 술자리에서 ‘꿈’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형이나 저나 꽤나 취기가 올라왔던 상태였기 때문에, 맨정신으로는 결코 나누지 않을 그런 대화를 나누었겠지요. 군대를 다녀와서 학교에서는 나름 복학생 선배 취급을 당했던 대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저도 모르게 ‘S전자에 입사하는 것이요’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선배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특정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이 사람의 꿈이 될 수 있느냐?’ 라며 개탄했습니다. 선배는 자고로 꿈이란 건 절대 그런 것이 되면 안됨을 설파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는 생각과 함께, ‘그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해서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도 꿈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며 속으로 반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아리 메인 활동 모습



그렇게 정신없이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타인에게 ‘꿈’이라고 밝혔던 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마음에서 우러나온 꿈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공공연하게 밝혔던 꿈을 이뤄 냈으니, 어느정도 성취감도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20여년을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의 말처럼 ‘특정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꿈과는 연관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직장인이란 월급을 받는 대가로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일은 개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운 좋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도, 회사의 사정으로 다른 직무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일이란 대개 회사가 정해 놓은 프로세스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만 필요한 일이 대부분입니다. 내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일을 해도 회사 밖에서는 크게 쓸모없는 일이 많지요. 50대가 넘어 퇴직하신 분들로부터 ‘열정을 다 바쳐 충성했지만, 막상 나와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40대에 퇴직하면 치킨집이라는 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지요. 만약 개인이 특정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신만의 일을 확고히 지킬 수 있다고 해도, 회사의 조직이 크고 거대할수록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내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이 ‘직업인’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누군가가 직장인에게 ‘어떤 일을 하세요?’라고 묻는 다면, 대개는 ‘저의 직업은 □□입니다’ 보다는 ‘직장인(회사원) 입니다’ 내지는 유명한 회사의 소속일수록 ‘○○에 다닙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예시입니다.



농담이면서, 농담이 아니기도 한 차트



60세 즈음에 퇴직하여, 직장생활동안 쌓아 놓은 자산과 퇴직금, 연금 소득 등으로 남은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점점 저물고 있습니다. 현재 노인에 진입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심지어 MZ세대는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은퇴 후, 약 40년 이상을 풍족하게 즐기면서 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직장인’이 ‘직업인’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작가의 핵심 주장입니다. ‘직업인’이 되기 위해선 직장에 다닐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정년 퇴직에 욕심을 가졌다간 그 이후의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본래 직장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작가는 현재는 경영 컨설턴트, 강사, 세미나 리더, 작가, 코치, 경영시스템 심사원, 온라인 마케터, 부동산 전문가, 봉사가라는 9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직업인’임을 밝힙니다. 하나의 직업을 가지는 일도 힘이 드는데, 9개 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말이 처음엔 잘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 들을 보면,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공장 현장에서 기술혁신, 기획 등의 업무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턴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컨설팅 중 진행했던 여러 강의 경험을 토대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컨설턴트를 하다 보니, 공장부동산도 겸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취득하여 중개업을 하였습니다. 중개업을 하면서 더욱 욕심을 가져, 미국 부동산 자산관리사와 국제 부동산중개사도 취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이 직장인으로 시작하여 직무와 관련된 직업인으로 커리어를 전환하였고, 분기점이 되는 시점마다 업무적인 필요에 의해 커리어를 치열하게 확장해나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MZ세대로 갈수록 점점 필수가 되고 있는 'N잡러'



이 책은 누군가에겐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흔한 자기계발서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평생 직장인으로만 살 수 없다'는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음과, 동시에 이를 실천했던 작가의 치열한 삶과 발전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간혹 자기계발서 중에 작가가 정말 일반인들보다 확실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했음에도, 그저 작가만의 비법으로 이뤄낸 것처럼 잘 포장되어 나오는 책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누가 봐도 운이 잘 들어맞은 케이스인데, 모든 것이 작가가 잘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으로 묘사된 책들도 있지요. 자기 계발서에서 '나는 누구보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 계발서를 혐오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책들을 싫어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이 책은 ‘흙수저’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요행보다는 착실하게 발전해 온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기성세대에 속하는 작가의 연령대에도 더욱더 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하는 환경에 처해있는 MZ세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생각의 틀을 깨는 유연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모습들로부터 작가가 지나온 세월의 성공에 취한 사람이 아닌, 매일같이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도 저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따라서 한 번쯤은 읽어 볼만한 자기계발서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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