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내 무의식에 억눌려 있는 감정들을 치유하는 여정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가르마 사이로 흰머리가 쭈뼛쭈뼛 올라와 있고 피부 곳곳엔 트러블이 생기고 있다.
* 편리상 그를 타노스라 칭하겠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타노스는 나에게 자기가 먹던 홍삼포랑(타노스가 당뇨가 있어서 )가끔 먹던 땅콩까지 주곤 했다. 타노스와 나는 당시 공동의 적(일인자)에 의해 고통받고 있었고 함께 힘을 모아 정보 교환하고 서로 의지 했던 사이였다.
넉넉한 사람이라고 오판한 게 큰 실수였다. 타노스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캐치하고 순간의 번뜩임으로 자신의 이득을 계산하는데 능한 자였다. 또 겉과 속이 달랐다. 감추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얼핏 그 속이 드러난 적 있었지만 간과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 남들이 아무리 옆에서 말을 해줘도 내가 못 느끼면 못 느끼는 거다. 일인자를 잘못 만나 억압받고 있는 줄 나만 착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으며 나에게 직원들 흉을 매일 보았다. 타노스의 입장에서 각색된 것이라 양쪽의 말을 들어봐야 하는데 절반이상 그의 말을 믿었다. 어스름한 주말 저녁에 조심스런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해 사무실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도 구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고 그 알량한 지위에서 큰 소리 칠 기회조차 박탈 당한채 어둠 속에서 분노만 키우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일인자를 저주하는 타노스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모아 공동의 적에 맞서자고 조금만 참자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이를 갈던 공동의 적이 사라졌다. 공동의 적이 사라진 후 (타노스 말에 의하면) 새로운 일인자는 타노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한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나왔던 그 인피니티 스톤을 얻게 되자 타노스는 세상 전부를 얻은 듯했다. 점차 그가 드러내는 말속에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나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악몽과도 같은 5개월이 이어졌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었다. 그자의 버럭질은 주말이고 밤이고 환청처럼 다가왔다. 덕분에 위궤양을 얻게 되었다.
그러던 중 김상운의 <거울 명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의 내용에 따라 마음명상을 하고 싶었다.
84p. 감정은 어떤가? 감정도 생각이다. 느낌을 일으키는 생각, 즉 몸에 반응을 일으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정도 역시 플러스, 마이너스 에너지의 움직임이다. 반드시 짝이 있다. 합치면 제로가 된다. 셀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미움을 빌려 생긴다. 기쁨은 슬픔을 빌려 생긴다. 행복은 불행을 빌려 생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반대편 에너지를 빌려서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생겼다가 합쳐지만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감정을 다 받아들이면 마음은 텅 비어버린다.
내 마음이 공이고 아무것도 아니니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다 들어오게 하면 영이 되어 버리니 텅 비게 놓아두라고 한다. 책을 읽다가도 금요일에도 있었던 일이 떠올라 분노에 몸서리치다 다시 책을 덮었다. 하지만 다음 날 나는 타노스와 이제는 화해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354p.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내 무의식 속의 싫은 감정과 공명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좋다'라고 붙잡고 싶은 감정과 '싫다'라고 억눌러놓은 감정이 내 무의식에 갇혀 있으면 그 감정들은 흘러가지 못한다. 흘러가지 못하는 감정들은 되풀이해 내 눈앞의 고통스러운 현실로 나타난다. 이 감정들을 모두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감정들도 자유로워지고 나도 자유로워진다.
사람의 감정은 공명을 하는지라 , 내가 그자를 싫어하는 걸 그자가 알게 되니 그 미움으로 업무에 감정을 실어 괴롭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여러 번 타노스가 나에게 동맹의 손길을 건넸지만 난 그자가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는 방심의 마음과 개선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그를 과거의 그 틀속에 가두고 상종하려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타노스는 본능적으로 모든 걸 캐치했고 나의 행위로 분노를 느끼고 서로가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거울 명상>을 보지 않았으면 이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제2차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갔을 것이다.
내 마음이 텅 빈 상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흘려보내고 그냥 왔다 사라지는 것. 훗날 되돌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헐뜯고 비난하고 비아냥거림을 반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올해 초 까지만 해도 동맹관계였는데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었으니 한 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결국 타노스에게 이야기 좀 하자는 그 말 한마디 꺼내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40분가량 서로 이야기를 했고 결국 다시는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다시는 오늘 이전의 날이 선 상태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이제 같이 근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노스와 어쩌면 이 험지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오며 가며 웃으며 인사하고 농담하는 관계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로 지속적으로 꼭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했다. 한 권의 책을 마치면 절대 중단하지 않고 또 새로운 책을 주문해 읽고 중요 문장을 노트에 적고 되새기며 반성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하루를 그냥 사는 것보다 독서를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면 내가 평소 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새로운 생각이 나의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결국 난 매일매일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감정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걸 매번 깨닫는다. 그 감정이라는 게 내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만들어 낸 상상으로 난 그 틀에 갇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 틀은 나를 더욱 옥죄이고 스트레스받게 할 것이고 정신을 퇴보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한다.
87p. 지금까지 사랑 온 세월을 되돌아보라. 내 인생 전체가 내 마음속의 생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무것도 없다. 육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는 내 생각이 꾸며낸 이미지들에 내 감정을 투사하며 살아왓을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인생도 그렇게 살다가 끝나게 된다. 붙잡을 것도 없고, 억누를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래의 나', '진정한 나'는 아무런 한계도 없는 무한한 마을을 가진 창조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