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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Sep 23. 2021

쓰레기 투기 과태료 부과의 시작은

몇 년 전 일이다. 면 소재지 골목 입구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투기한 자를 찾아내라는 면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경로당 방문 시 황당한 사유로 면장에게 찍힘과 동시에 노인회장이 민원을 냈기에 그런 지시가 떨어졌다. 그렇게 쓰레기 같은 지옥문이 열렸다.


그곳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파란 봉투, 검정봉투에 온갖 잡쓰레기를 내놓는 골치 아픈 불법쓰레기 투기구역이었다. 내가 발령 나면서 새로 발생한 투기구역이 아닌 수년간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던 구역으로 어느 누구도 해결 못한 건을 마치 전쟁 선포하듯 그는 이를 악물고 감정적인 지시를 한 것이다. 진짜 의도는 쓰레기 투기자 찾아내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엔 인적사항을 찾을 수 없는 소쿠리 등 잡쓰레기만 있었다. 그 후에는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는 전부 수거하라'는 추가 지시를 내렸다.


규정상 규격 통투를 쓰지 않고 마구 버리는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규격봉투를 사용하여 내놓은 불법쓰레기에 대해 주민들은 그렇게 쓰레기 치워달라는 민원을 넣는다.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불법쓰레기까지 치우게 된다. 그러니 불법쓰레기를 버려도 민원을 강하게 넣으면 언젠가는 치워주니 거리낌 없이 상습투기구역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아닌 걸 알면서도 민원을 해결 차원에서 그렇게 반복되니 주민의식이고 뭐고 나아질 게 없는 것이다. 아무리 계도, 홍보를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이런 현실은 의욕 떨어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쓰레기는 환경미화원이 치우지만 대부분 그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에게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팀장이 미화원에게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그게 그대로 이행되지는 않는다. 미화원 성향에 따라 이행도가 다르다. 또 불법의 장소에 아무 비닐봉지나 이용해 투기하는 쓰레기까지 처리하기엔 청소인력 한두 명 가지고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질책당하는 건 오로지 팀장의 몫이다.


그날 이후 미화원과 운전기사는 불법쓰레기를 상습적으로 투기하는 지역에 있는 쓰레기를 파 헤져 인적사항을 찾아내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왔다. 나는 그것을 공문으로 작성해서 군청으로 보내면 이의신청 기간을 두고 과태료 고지서가 부과된다. 그렇게 강력하게 단속해 과태료 부과하면 나아질 줄 날았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면사무소 주변에 사는 50대 후반의 남성이 노발대발하고 면사무소를 찾아왔다. 규격봉투가 아닌 것을 사용해 쓰레기 버려서 과태료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자식들이 객지에서 내려와서 모르고 그렇게 내놨는데 부과했다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임에도 고래고래 면사무소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습관이 된 듯했다. 그런 유형의 민원인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면장은 민원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화원과 기사는 봉투를 헤집어 투기자를 찾는데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젠 질주를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투기자를 찾아내어 과태료를 30건 이상 부과를 하고 매일 쓰레기 투기 금지 방송을 해도 주민들의 의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투기가 줄었다 싶다가도 여전했다. 투기자와 끝없는 전쟁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 주유소 주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짜고짜 거친 목소리로 어디선가 악취가 난다고 와서 조사해보라는 것이다.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퇴비로 뿌리면서 숙성되지 않는 것을 뿌렸을 때 악취가 나는 것으로 대부분 사료공장에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민원인이 어디 쪽에서 냄새가 난다고만 알려주면 군청 악취조사 전담부서로 연결해 주기만 해도 되고 우리가 군청으로 직접 전화해서 조사해보라고 해도 되니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전화한 주유소 주인은 다짜고짜 어디서 냄새가 나니 와서 조사해보라는 것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면민들은 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면사무소에서 하고 있는 줄 안다. 그렇다고 나가지 않을 수도 없다. 나 포함 총 3명이 나갔는데 주유소에 도착해서는 나포함 한 명은 차에 있고 운전한 직원이 그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러 주유소 옆 창고 같은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사무실 안에서 주인은 차에 탄 사람은 팀장이냐 누구냐. 왜 나오지 않느냐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하도 안 오길래 직원 한 명과 그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험상궂게 생긴 오십후반의 주유소 주인과 종업원이 앉아있었다.


"당신 누구여?"

"면사무소 주민복지 팀장인데요"

"악취 신고가 들어오면 면사무소 팀장인데 어디서 난가요 하고 정중히 물어보러 들어와야지 그렇게 차속에 앉아 있어도 되는 거야?" 하고 고함을 쳤다.

"내가 그렇지 않아도 면사무소 복지팀장 벼르고 있었어" 하는데 소름이 쫙 끼쳤다.


종업원이라는 오십 후반의 자도 날뛰며 거들었다.

"당신들 누구 때문에 있는 거야? 면민이 있으니 면사무소가 있는 거 아니여? " 하며 덩달아 주인과 듀엣으로 반말 섞인 고함을 쳤다.


그들은 마치 이런 날이 오기를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의도한 건 악취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막 고함치고 호통치고 하는 게 보통 민원과 달랐고 정말 신변의 위험을 느낄 정도로 너무 공격 적었다.


그렇게까지 그들이 할 일은 아니었다. 먼저 직원을 보내 장소를 알게 되면 그 현장으로 바로 가려고 차 속에 있었던 거지 , 그런 상황에서 굳이 사무실에 들어가 인사를 올리고 그 장소가 어딥니까 하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장소가 어딥니까 물어보니 와서 조사를 해보라고 전화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큰소리다. 같이 싸워봤자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같았다. 나랑 같이 차에 탄 직원은 50대 중후반으로 자칫 그들과 대판 싸우고 사표 쓸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악취신고 접수받고 출장 간 장소에서 얼토당토않게 당하고 죄송합니다만 연발하고 돌아왔지만 그때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민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이렇다. 미화원이 시장통 공터에 있는 불법 쓰레기를 뒤지니 앞 건물 건강원 주인 인적사항이 나와서 그를 투기자로 군에 보고를 했었다. 건강원 주인은 억울하다고 했다. 억울하면 군에 이의 신청하시라고 했다. 그 후 진행사항은 알지 못한다. 건강원 주인과 주유소 주인은 절친 사이로 둘이 술 한잔 하면서 이런 불만을 서로 이야기했고 그것으로 주유소 주인은 자기와 절친인 건강원 주인에게 쓰레기 과태료 부과한 복지팀장에 대해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악취로 잘 걸려들었다 싶었던 것이다.


민원인들에게 좋은 소리 듣고 맘 편히 살려면 아무 일도 도모하지 않고 조용히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기만 기다려야 할까 , 그때 내가 그 건강원의 이의제기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었나, 어이없이 주유소 주인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당했네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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