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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Feb 04. 2024

시골 카페에서 인생 카푸치노 발견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만의 즐거움 찾기

나의 구독자 중의 한 명인 여동생이 내 브런치를 보고 연락이 왔다. 갑질 면장 폭로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 쓰지 말고 뭔가 다른 것으로 써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엔 글쓰기를 않다가 폭풍 같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미친 듯이 글을 올렸긴 했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올렸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점점 사건이 구체화된 내용으로 되면서 덜컥 겁이 나 서둘러 발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직장스트레스인지 호흡곤란 및 눈에 비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을까. 진짜  커피가 없는 인생이란 상상할 수 없다.


가끔은 그냥 커피가 아닌 아주 맛있는 커피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 타이밍이 바로 주말아침인데  평일의 긴장에서 벗어나 늦은 잠에서 깨어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주말을 맞이해 진짜 뭔가를 차려 먹는 것도 하기 다. 이때 나를 위한 맛있는 커피와 간단한 샌드위치가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면 좋겠다. 아니면 집 바로 옆 걸어가도 되는 위치에 브런치가게가 있었으면.  하지만 현실의 주말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남편이 부엌에서 허기를 채우느라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시작한다. 얼른 밥 차려 달라는 말을 안 하는 게 다행이다.


내가 사는 시골의 이 주거타운외곽에 위치해 간단한 브런치가게 하나도 없다. 골프장과 온천이 있어 외지인 주로 찾는 곳이다. 365일 운영하는 조그만 헬스장도 있어서 6개월 등록하면 월 35천 원에 이용도 가능하다. 이런 헬스장이 집 근처에 있는데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매일같이 퇴근 후 헬스장에 들러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는 그런 일상이 조금은 단조롭. 그러던 어느 날 헬스장 옆 펜션을 총괄하는 카운터가 있는 메인건물 3층에 커피 라운지가 생긴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주말이 되어 커피와 함께  여유를 길게 누리고 싶어서 서둘러 책과 만년필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특별한 기대는 없었고 한번 가서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안 가야지 하는 생각이 앞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카페 내부가 바로 나타나는 점이 특이했다. 아주 넓은 현대식 인테리어였다. 무엇보다 지역의 높은 곳에 위치해서 근처 주택가들과 인근 산의 경치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주말아침에 가족단위 손님들이 몇몇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재즈 음악이 차분하게 흘러나오고 있었고 넓은 공간이 주는 여유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주문을 하면 직접 커피를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비밀스러운 할인 20% 할인을 받았다. 은 통창을 바라보며 앉은 내 근처 가족단위 방문객들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느꼈던 백색 소음처럼 그 말소리가 신경 쓰일 만큼 또렷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있으니 주말의 여유가 나른한 행복감으로 다가왔다. 지고 간 책이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잔잔하고도 경쾌한 재즈음악은 방해되지도 않는 딱 그 여유에 맞는 음이었다. 그 커피 때문에 그날 저녁잠은 설치고 말았지만 그 커피를 또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카푸치노를 주문해 보았다. 그날 라테가 너무 진해 잠을 설쳤기 때문에 카푸치노는 조금 괜찮지 않을까 했다. 우유거품으로 나뭇잎을 그려놓은  카푸치노는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이제 갓 바리스타를 시작하는 듯한 청년이 맛이 어떠냐고 하길래. '지금껏 먹어본 카푸치노 중 최고였다'라고 말해 주었다. 노란색의 넓고 낮은 컵 을 양손으로 잡고 시나몬 가루가 뿌려진 그 환상의 카푸치노를 모금 마셨다. 시골 산기슭에 있는 전경을 바라보며 카푸치노를 마시는 순간이 스위스 그린델발트에 있는 어느 찻집에서 마시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녁에 운동을 끝내고  헬스장에서 나오니 주변은 어두운데 그곳만 불을 환히 켜고 있었다. 그곳에서  따뜻한 차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추위로 서둘러 집으로 갈 생각을 더 강하게 했다. 지금 와 생각하니 그때 눈이 내렸을 때 그곳을 갔어야 했다. 저 높은 곳에서 눈 내리는 걸 보며 운동 마친 후 따뜻하게 레몬생각차 마시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 후에 두 번 다시 눈은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눈이 온다면 그 카페를 혼자라도 꼭 가야 할 것 같은아직도 눈이 오지 않는다.  이제 눈은 더 이상 올 것 같지 않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살면서 눈만 오면 출퇴근 걱정하는  내가 이곳에서 눈을 기대할 줄이야. 하지만 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눈 내리는 낮이 낫다는 걸 최근 밤에 방문한 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팀원과 그 카페를 찾았다. 팀원이 카푸치노 품과 함께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는 걸 보고 마치 내가 전문가인양 알려줬다. "그냥 커피잔을 들고 거품과 함께 먹으려 하지 말고 밑이 커피부터 자연스럽게 이렇게 먹어봐". 이건 어디에 나와 있지 않는 방법이다. 어디에 나와있는 게 아닌걸 정석인 양 알려주었다. 여러 번 내가 시범을 보였고 그걸 따라 하는 팀원과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판이 없었던 그곳에 최근 간판이 붙었다. 그 카페 이름은 커피와 바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그냥 라운지다. 그러기에 그곳은 더욱 숨은 그림 찾기 속의 하나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물론 도시에는 이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집도 많을 지만, 이 시골 골짜기 속에 숨어 있는 현대식 건물 속 할인까지 해주는 카푸치노는 현재 지금의 나에겐 최상의 커피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조금씩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이건 내가 만년필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즐거움과 비슷하다.

삶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흐르는 게 아니고 평온한 마음을 방해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괴롭힌다. 싸워야 할 때도 있고 참아야 할 때도 있듯 즐겨야 할 때도 있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죄책감 갖지 말자. 살아 숨 쉬는 동안 맛있는 것을 찾아 마시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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