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ddenly, 누군가 5급이 되었다.
조직의 쓴맛 중 아주 쓴맛
도청에서는 5급 사무관을 다는 데 걸리는 기간이 시군에 비해 빠르다. 자리도 많고 그 흐름이 상당히 순조롭다. 하지만 군 단위에선 몇 자리 안되기에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들의 사투가 장난 아니다. 몇 자리 안 되는 걸 두고 겨루는 장이기에 오직 트릭이 승리한다. 시골에서 사무관만 달아도 어디서든 플래카드 걸어주니 그 영광은 상상불가다.
사무관이 될 수 있는 최단기 비법은 4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선거판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되는 놈만 된다. 선거에 중립 해야 한다는 룰은 있으나마나. 순진한 사람만 중간에서 서 있고 잽 싼 사람은 물밑작업에 들어간다. 이때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자들을 연결해 주는 중개인도 나타난다.
선거가 끝나고 인사발령이 난 후에는 대충 퍼즐조각이 맞춰진다. '거기 가족 누가 운동 했잖아' ' 그 사람 거기에서 밀었데..' 하는 말을 들으면 '그러면 그렇지' '아.. 기분 그렇네..'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기적 같은 일들을 부러움 가득한 선망과 도달할 수 없는 그곳에 대한 갈구의 과정을 겪은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시골에서 그야말로 혈육이나 중개인 같은 백도 없는 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업무역량에 의지하며 올라가야 하지만 그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나 하는 것이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살아나갈 방법은 과연 없는가. 그건 그냥 매월 꼬박꼬박 제 날짜에 월급이 나오고 구조조정 당하지 않으니 민원 발생하지 않게 주어진 일 묵묵히 하면서 정년의 그날까지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단지 두려운 것은 자신보다 6급 승진 늦게 하거나 비슷하게 했던 자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상사로 오는 것이다. 그땐 '과장님 또는 면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어이 친구'라고 할 수도 없고 아주 난감할 거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둘러 출세하려고 발버둥 치는지 모른다.
명퇴라는 제도가 있어서 쪽팔림의 순간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정년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굴욕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냥 열심히 일하고 당신의 삶을 살면 되지 않냐 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딱 현타가 오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이놈의 더러운 세상, 어차피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니깐' 아무리 욕하고 비관하고 누굴 죽일듯한 얼굴로 다녀도 자기만 힘들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술 한 잔 마시고 저녁에 땅을 파고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수도있다. 다만 낙관적인 것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너도 퇴직하고 나도 퇴직하니깐.
그래도 마지막 비법은 하나 있다.
틈새를 이용하는 건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완전 눈에 띄게 오버하며 친절을 펼쳐 민원인이나 입김이 센 이장, 지역유지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사무실 오면 오버해서 버선발로 마중 나가서 인사하고 커피 타 드리고 영향력이 있는 자들에게 명절 때 선물도 돌리면 지금보다 좋은 자리로 갈 기회는 생긴다. 그 사람들이 젤 윗선에게 ' 아 그 직원 친절하다, 잘한다'말을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요직으로도 가고 명절 선물 돌리기를 잘해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 성공한 사례도 보았다. 야욕이 있는 자들에겐 모든 것이 기회이니깐. 이것이 조직의 야리꾸리한 쓴맛의 실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