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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r 18. 2024

굴복 당하지 않을 자유

매주 월요일 회의 때마다 당하는 갈굼

매주 월요일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매주 월요일에 팀장회의를 하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무슨 불만이 있는 것처럼 시비를 건다. 면장은 내게 불만이 있는 게 분명하다. 회의도 일방적인 지시 및 전달에 가깝다. 회의는 무슨 토론이나 협의를 해야 하지만 이건 완전히 업무 지시전달 아니면 일방적인 자기 말만 한다. 또 종이에 그냥 쓰여있는 것을 팀장들이 읽는데 그걸 왜 읽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부터 읽기 시작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또 그것에 대해 면장이 질문을 하는데 상당히 이상한 방법의 질문을 한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건지 말을 위한 말을 하기 위해 그러는 건지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유독 나에게만  쓸데없고 맞지 않는 질문을 만들어서 다.


언젠가 인터폰으로 나에게 업무를 물어보면서 내가 "같아요"했더니 "같아요가 아니라 사실만 이야기하라" 뭔 자기가 검찰조직원인가. 내가 취조를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간업무에 내면 그게 바로 타깃이 되니 직원들은 문제가 될 것은 쉬쉬하고 가리고 덮고 숨기기에 바쁘다. 이건 주간업무에 냈다간 또 전수조사니 파헤치니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도 많다. 그래도 4개 정도는 넣어야 종이 한 장은 채우기에 그냥 신청접수받는 것만 넣자고 해서 넣으면 그걸 내가 발령받기 전에 있었던 실적까지 물어보고 무슨 일을 하기 싫어서 그랬다는 둥의 말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오버를 해버렸다. 정말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 말을 하고 있는 나도 놀랐다. 얼마나 그동안 억압되어 있었으면 충분히 웃으며 해도 되는 말을 난 아주 싸울 기세로 말하고 말한다. 옆에 직원들이 웃는 느낌이었다.
" 이건 연초에 받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작년 7월에 왔습니다. " 나는 이렇게 강한 어조로 말하고 말았다.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일을 하게 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게 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지시에 뭐 꼬투리 잡을 생각이나 하고 있고 나오는 말마다 무시하고 의심하고 그런 상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조직이 잘 돌아가겠는가. 나이가 어느 정도 먹으면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고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상사는 마치 내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는 직원을 어떻게든 잡아보고 굴복시키겠다는 욕구가 강해 보인다. 하도 내가 안돼보였는지 누군가 말한다.

" 팀장님 좀 굽실거리는 모습 좀 보여보세요"

직장에서 업무만 하면 되지 마음으로 충성까지 해야 하나. 또 마음까지 충성하려면 그만큼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끔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모욕 주려고 하고 어떻게든 힘들게 하고 허점을 파헤치려고 하는 분위기에서 뭘 바라는지 알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이 가장 보수적이고 여전히 위에서 내려온 걸 따라야 한다지만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하다. 그런 일부 구닥다리 의식을 가진 소수 때문에 더더욱 발전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면장 역시 그런 시대를 살아왔을 것이며, 자기도 과장을 모시고 살아왔기에 자기 역시 그것을 대물림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내 앞에서 자기 직속 상사였던 사람을 두고 "나쁜 새끼"라는 표현을 직접 하는 걸 들었다. 보통 그런말은 속으로 생각하지않나. 팀장 앞에서 그렇게 자기가 모셨던 과장을 몇 번이나 나쁜 새끼라고 표현하는 게 정상적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기도 그런 시절을 살았으면 다 알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자기도 똑같이 그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팀장들에게 지시하는 말투와 나에게 하는 말투가 확실히 다름을 알았다. 나에겐 좀 더 강하고 명령조로 지시를 했다는 걸 나만 느끼는 줄 알았더니 옆 팀장도 그렇게 느꼈다.


이미 작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련의 사건들로 나 역시 기대할 것도 없고 포기상태이지만 나와 위치가 틀리지 않는가. 그렇게 명령하고 지시하고 억압하는 말투로 하면 내가 무서워서 굴복하고 네네 하면서 따라주길 바라는지 알 수 없다. 가면 갈수록 어떻게든 날 꺾어야 할 상대로 보는 느낌이다. 보고서를 올리라고 하는 것부터 올렸다 하면 가지고 올라오라 그리고 추가적인 것을 하라 하면서 꼭 말만 하지 말고, 대답만 하지 말고를 붙이는데 내가 그렇게 말만 하고 대답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말을 붙여가면서 가스라이팅하며 상대를 깎아내리려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집안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말만 하지 말고, 대답만 잘하지 말고 이런 말 들으면 자식들은 정말 공부하다가도 공부하기 싫어질 것 같다.


더더욱 충격적인 건 입사 연도도 나와 같은 해이고 언제부터 저 자리에 올랐다고 저러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속으로 사실 가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언제까지 면장한테 당해야 하는지.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고 편하게 해도 충분히 일을 잘 굴러가는데 도대체 얼마나 위대한 일을 시골면사무소에서 추진하려고 하는지 마치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계획서를 지시하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의 자신의 위치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넌 언제나 내 부하라는 생각을 하는지 정말 어떻게든 허점을 파고들고 허점을 발견하면 그걸 짓밟고 굴복시키려고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못 봐야 할 상사 밑에서도 끽소리 못하고 내 멘털관리만 하고 있는 이유는 이 사회가 너무 좁고 또 피해자가 나서서 내가 이런 너무 부당하다고  외쳐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네가 뭔 잘못을 했으니깐, 면장이 그러겠지'라는 인식뿐이기에 섣불리 나서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피해호소인만 바보 되는 현실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도 않다.


내가 이 조직을 다니고 있지 않고 여행 다니고 글 쓰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런다면 스트레스받지도 않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자기 성취니 자기계발이니 다 집어치우고 , 돈 버느라 사무실 나오는 게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매주 월요일이 악몽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 좀 봐주슈 그러면서 굴복하며 네네 해줄 수도 없고 문제다. 제발 시간이 흘러 그자가 퇴직하거나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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