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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12. 2024

만날 인연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다.

" 이번주 토요일 같이 산사에 가실래요? 제가 다녀온 적 있는데 딱 45분 정도면 갈 거예요"

같이 필라테스를 다니는 앞집 여성이 내게 물었다. 나보다 6살 아래인 그 여성을 안 지는 20년이 넘었다. 20년 전에 같은 아파트에 살며 서로 큰 자녀가 같은 또래이기도 하지만 서로 직장생활을 하며 바쁜 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따로 접점이 없었기에 오며 가며 지내며 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정말 만날 인연은 언젠가 만나고 만나게 되는 그런 시기가 있는 것일까.


몇 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여성의 집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두 번째 만남이다. 바로 집 앞이지만 서로 바쁜 생활 탓에 우연히 만나면 인사만 하는 그런 사이였다. 그 여성도 나도 서로 처음부터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듯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집 근처 가까운 곳에 헬스장이 있어 헬스를 다니다가 이것 가지고는 부족해 필라테스를 등록을 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앞집 여성을 다시 만났다. 난 한 달 후 그냥 필라테스가 맞지 않는 듯해서 그만두어야겠다고 했더니 그 여성이 필라테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자신이 허리가 아파 몇 년간 고생했는데 그걸 한 후 하나도 안 아프다며 필라테스가 정말 몸에 좋다는 그녀의 집요한 주장에 어쩔 수 없이 필라테스는 작년 10월부터 꾸준히 주 2회 다니고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저녁 수업 갈 땐 그녀와 내차 교대로 운행해 가고 있다.


그런 인연을 계기로 주부로써, 직장인으로서 서로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드디어 그렇게 주말에 날씨 화창한 토요일 산사로 가기로 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그녀가 한때 아파서 휴직했을 때 산사를 올라간 적 있다고 한다. 올라가다 길을 몰라서 내려왔는데 우리가 오늘 방문하고 자 하는 산사 옆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그녀에게 너무 평온하고 좋았다고 한다. 대웅전 뒤 작은 불상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저 먼산의 초록과 하늘에 선명하게 떠있는 구름을 보고 그녀는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에 몇 번 그렇게 혼자 왔다가 그곳 경치를 보며 쉬었다 가는 걸 보고 절에서 일하는 여성 한 명이 그녀를 유심히 보았다. 공양을 하고 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곳에서 간단히 시주를 하고 절하는 법을 배우고 매일 11시면 점심 식사 공양을 하는  그곳에서 밥을 먹고 자주는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씩 그렇게 와서 걸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어 갔다고 다.


그녀가 갔던 그 코스대로 가기로 하고 9시 반에 출발했다. 산사까지 차가 통과할 줄은 몰랐다. 바리케이드 있는 곳에서 그곳에 간다고 하니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우린 많이 걸을 필요 없이 작은 숲 속 길을 따라 새소리를 들으며 초록의 정취와 햇살에 취해 우리는 걸어갔다. 가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서 정말 심심하지도 않았다. 가는 내내도 즐거웠고 막상 절에 도착하니 풍경소리와 함께 그 절을 온화하게 감싸는 산세의 모습에도 더더욱 편안했다. 소박하고 작은 절이지만 주변을 보고 그녀가 앉아서 경치를 감상했다는 곳에도 가보고 아주아주 오랜만에 절에서 밥을 먹었다. 절밥은 다 맛있다고 한다. 가지나물과 콩나물 무침, 김치, 감자, 된장국으로 된 소박한 식사를 끝내고 그녀가 설거지까지 직접 했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더 일찍 만나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것을 서로 아쉬워했다. 만날 인연은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향이 아닌 낯선 시골에 살고 있지만 이곳에 대해 정을 못 붙이고 산지가 20년이 넘었는데 그 많은 시간 동안 이곳에 살며 이런 절이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처럼 마음이 맞는 인연 하나만 있었어도 이곳에서의 나의 삶이 조금 풍족해졌을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자연이 좋아지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그런 곳을 방문하여 힐링을 한다는 것도 소중한 인생의 경험이다. 이 나이가 되어보니 어떤게 좋은 인연인지 알게된다. 끊어야 할 관계는 가차없이 끊어야 하지만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되면 잘 지켜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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