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부모님이 서점을 하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겠네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주 듣던 질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단 한 번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이 질문을 들을 때면 괜히 딴청을 부리거나 대답을 얼버무렸다. 서점집 딸은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 부모님은 서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20년의 세월을 서점과 함께 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나는 본의 아니게 책과 함께 살았다. 서점은 그저 삶의 터전이었을 뿐이었다. 책이라는 풍경은 내겐 매우 익숙했지만, 친숙하진 않았다. 나에게 친숙한 책은 연예잡지나 만화책, 패션잡지의 부록 같은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기억을 되짚어 서점집 딸로 살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나는 책을 아주 싫어하진 않았다. 아빠는 수시로 책이 진열된 매대의 책들을 교체하곤 했는데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바뀐 책을 구경하는 것을 꽤나 즐겼다. 책을 열어 글씨는 읽지 않았지만 책 표지, 제목, 작가이름만큼은 수시로 보고 익혔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무슨 책이 잘 팔리나, 어떤 책이 새로 나왔나 혼자 서점을 돌아다니며 그런 걸 구경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책들이 그때 나에게 수없이 많은 말들을 걸어왔다. 나를 읽어달라고,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듣지 못했고 외면하기 바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책에게 응답하듯 천천히 책을 펼치고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여 년간 서점 딸로 사는 동안 진작에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슴을 치고 후회하면서.
빼곡한 책들과 그 사이에서 늘 분주하던 부모님, 책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생계의 터전을 여과 없이 바라보며 어쩌면 나는 책에게 애증의 감정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책은 내 삶에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책을 싫어하던 소녀가 책을 사랑하는 어른이 되어 책을 쓰는 작가까지 되어버린, 서점 딸의 기나긴 책의 여정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책을 싫어했던 서점 딸은 커서 책을 아주아주 사랑하게 됐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