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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직한연필 Jun 12. 2024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했다.

시작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렵다. 



21년 10월, 여느 때처럼 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시청으로 부서 이동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내 자리가 불편하고 불안했다.


주민센터에서 시청으로 부서 이동이 나고 나면,

아무래도 주민센터에서보다는 민원 스트레스가 줄지 않을까...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다.

다들 기피하고 싫어하는 부서에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불현듯 더 늦기 전에 결단을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나는 달력에 마지막 출근 날짜를 정하여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칠했다. 


"아, 배부른 소리."


약 6년 전, 처음 공직 사회에 입성했을 때, 

그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나'를 떠올려보라.

'합격' 그 두 글자를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던가.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던가.


그러나, 그때 이미 

나는 내가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아버렸는지 모른다.


첫 발령이 나자마자 마주한 민원.

하루만 더, 한 달만 더, 그렇게 약 6년을 버텨오던 나였는데,

21년 10월, 나는 더는 참지를 못하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버렸다.


반드시 나는 퇴사한다.

이날 꼭 퇴사한다.

그리고 그렇게 굳게 마음먹은 결심을

21년 10월 말,

행동으로 옮겨버렸다.


결국,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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