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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사회복지 공무원의 근무 일지

by 정직한연필


21년 5월 31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치사항 보고

1. 조치 일시: 21. 05. 30.

2. 조치 종류: 응급조치 1호

3. 피해아동: 2명(만 *세, 만 *세)

4. 조치 장소: 임시 보호소

5. 기타: 보호시설 추후 재확보 예정


2020년부터 아동학대 전담인력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자체로 이송되면서

우리 시에도 아동학대담당 공무원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2021년 5월

우리 시에서 내가 두 번째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이 되었다.


인사이동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체감하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한 번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긴급하게 시설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또 한 번은 방임으로 자살을 빈번하게 시도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응급실에서 아이 옆을 지키고 있기도 했다.

아동의 부모와 목청 높여 싸워야 할 때도 있었고,

오히려 아동이 문제아여서 대상자의 가정에 우리가 중간에 끼인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한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를 위해 저녁마다 울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그 아이가 그때 딱 우리 첫째 아이랑 비슷한 나이였는데,

비쩍 마르고 말수가 적은 모습이

꼭 우리 아이 같아서, 그 아이 뒤통수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울컥울컥 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유독 아이 우는 소리를 싫어했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그 소리가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몰랐는데, 가만히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고등학생 때, 아빠는 집을 나가셨고 엄마 혼자 나를 포함하여 세 자녀를 먹이고 입히시느라

외롭고 괴로운 생활을 감당하셔야 했다. 그때 나는 맏이였지만 고등학교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을 마주할 수 없어 나름 인생으로부터 나를 방어하며 담담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 심한 우울증과 사춘기를 겪고 있던 둘째는 성격이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지고 집안에서 폭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집 막내 동생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막내는 자주 울었다.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외로워서 울고...

너무 많이 울어서 어린 것이 중이염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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