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강의
강연·섭외 목적으로 00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주세요.
브런치 제안 알림을 보면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메일함을 엽니다.
이런 표정으로 메일함까지 달려갔다가 멋적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속지 않아. 더는 속지 않아, 이런 마음이죠.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뻔한 메일 제목에 미처 다잡지 못한 심장이 평소보다 더 많이 뛰기는 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순천기적의도서관 사서 000이라고 합니다.
<특기는 사과, 취미는 반성입니다>의 책 내용이나
ADHD와 관련된 내용으로 외부 출강도 하시는지 문의 드립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이럴 수가!
진짜 강의요청입니다.
그것도 제 고향(마음의 고향 그런 거 아니고 진짜 고향) 순천, 순천기적의도서관입니다.
그렇게 꼬박 두 달 가까이 준비한 생애 첫 강의는 두 시간을 조금 넘겨 끝이 났습니다.
빼먹은 이야기도 있고, 아쉬움도 남지만 첫 술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해봅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온갖 걱정으로 심란할 때, 아들의 신랄한 조언이 꽤나 힘이 되었습니다.
"엄마, 엄마 강의 망한다고 도서관이 망해? 엄마 혼자 망하는 거니까 괜찮아."
맞습니다.
저 하나 따위 버벅거린들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언제까지나 건재할 겁니다.
잘 나가는 저자도 아니고, 강의경력도 없는 저를, 2022년 부모학교 첫 타자로 부르셨을 땐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기로 결정하신 거겠죠. 도서관의 모험심에 제가 얼마나 부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 스스로는 퍽 만족스러운 도전이었습니다.
내가 잘나서, 내가 잘해서, 스스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 정도나마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관용과 이해가 필요했는지, 누군가의 호의인지도 모르고 받았던 것들이 사실은 다 거저 얻은 것들이었다는 걸, 아이를 키우고 글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순천기적의도서관 사서님들,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경청해주신 부모님들,
늘 제가 드릴 수 있는 글보다 더 큰 감상으로 돌려주시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다만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