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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Dec 29. 2018

아파서 날로 먹기 시작했다

리얼 채식  라이프 스토리

로푸드 시작하기 에피소드 

->아파서 날로 먹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돼지를 연상케 하는 거의 모든 별명(뚱보, 나르는 돈가스, 꽃돼지, 저팔계 등)으로 시작해 고등학교 때 포청천으로 정점을 찍으며 학창 시절 거의 뚱뚱한 외모로부터 연상케 하는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다. 그 후 대학에서도 여전히 뚱뚱했고 한때는 통통했고 다시 뚱뚱해졌다. 한국 사회에서 뚱뚱한 20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꽤 힘들었다. 뚱뚱한 딸이 취업이나 결혼시장에서 도태될 것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걱정이 남자들의 경멸적인 시선보다 스트레스다. 미디어의 자본주의는 여자의 마른 몸을 아름다움으로 상품화하여 뚱뚱이 들을 절망케 만들어 각종 다이어트 비법과 식품, 약품 등을 소비하게 한다. 뚱뚱이 20대였던 나는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들로 몸을 혹사시켰고 한 번씩 정기적으로 생리를 하듯 빵빵 터지는 폭식은 가능한 한 최대한 자극적이고 가공된 음식들로 해결했다. 결코 신선한 음식들은 내 감정과 기분을 채워줄 수 없었다. 


과일 주스로 식사를 대신하던 시절에도 비주얼을 놓칠 수는 없다!

반복되는 식이장애는 뚱뚱이를 원인 불병 피부염을 앓게도 하였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오게도 하였다. 우울증이 극심해져 대인관계 기피와 감정조절 장애를 겪게 되었다. 그쯤 한 독설가로 유명한 한 지인에게 엄청난 쓴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이런 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나에게만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 그중에서도 배우자, 자식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될 것이다 하였다.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의 피폐함이 관계에서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다른 이의 인생에 관여할 수 있다는 말이 진심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피부염 치료와 우울증 치료를 미국에서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내 식이가 얼마나 건강하지 않는지를 알게 되었다. 절식과 폭식을 극단적으로 오갔고 늘 식사에는 고기가 있었고 유제품을 과하게 먹었으며 간편 가공식을 즐겼다. 치료를 받으면서 먹는 내 식사는 대부분 샐러드와 수프 종류였다. 먹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꼈기에 밋밋한 채소와 간이 없는 수프를 먹는 것이 괴로웠다. 매번 돌아오는 식사가 고역스럽게 느껴질 무렵 rawfood restaurant를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맛본 로푸드는 신세계였다. raw 정의는 날것 그대로이고 통상적으로  rawfood는 열을 가하는 요리를 하지 않는 채식음식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샐러드나 다름없는 요리일 수 있지만 야채들만의 조합으로 놀라운 음식을 만들어 냈다. 가령 로푸드 스파게티, 로푸드 햄버거, 로푸드 피자, 로푸드 브라우니 등등 이름만 들어도 우리가 대충 감이 오는 메뉴들을 RAW (100% 날것! 생!)그리고 채식으로 만들어 낸다. 나는 금방 로푸드에 매료되었고 빠져들었다. 로푸드 쿠킹 클래스에 바로 등록하여 60여 가지가 넘는 메뉴를 터득했고 미친 듯이 만들어 먹었다. 약 6개월 정도는 100% 로푸드 식사만 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로푸드에 미쳐있었다. 로푸드 레시피만 생각했고 실천했으며 변해가는 내 몸과 차분해져 가는 내 감정들을 느끼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생채식만 100% 하는 동안 6개월쯤 주의 사람들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게 시작했다.  그 당시 사람이 몸이 아프고 늙어가는  모든 이유가 조리한 음식의 선택 때문이라 생각했다. 가공식품, 육식은 말할 것도 없고 불을 사용하여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반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잔소리 아닌 핀잔을 주기고 하고 나처럼 생으로 먹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주입시키려 했다. 끼니때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불편한 갑을논박으로 언쟁이 오가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겪을 때마다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시 내 몸의 이상증세를 느끼기 되었다. 나는 100% 생채식만 했을 때 생리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생리 안 하는 게 뭐 대수인가 싶었지만 20대 가임기 여성이 정기적으로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몸의 뭔가가 이상이 있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감정이 들뜨지 않고 항진되지 않아 좋아진 거라 생각했지만 예전에 내가 가진 생동력, 활발함. 가끔은 들뜬 듯이 기쁜 마음, 또 극도로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들이 생채식을 하는 동안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산부인과에 가보니 성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아 생리가 주기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성욕도 거의 없지 않냐는 의사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채소, 과일을 주식으로 먹고 따뜻한 음식을 먹지 않은 것이 몸을 차게 하기고 하고 성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친김에 신경정신과에도 가보니 기본적으로 몸에서 호르몬 균형이 깨져있어 부교감 신경이 낮과 밤 모두 많이 흐르고 있는 상태여서 내 상태는 언제나 우울한 듯 안정되게 느껴진 거 같았지만 결코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생채식을 시작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고 피부도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음식도 삶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로 해결할 수 없는 거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꽉 막힌 터널처럼 꼰대가 되어 버린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과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교류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하였는가? 한 가지만 방법만 맞다고 생각하고 집착한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음식 역시 계절과 지역은 물론 그 사람 상태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생각해야 하며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시절마다 상태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였다. 로푸드에 대한 나의 환상과 고집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양생법이다. 그 후 동의보감에 기초한 다양한 식습관 방식과 기질과 상태에 따라 선택하여 먹으면 최고의 약이 되는 생식 먹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 갔다. 식재료에 대한 최소한의 개입으로 불을 쓰는 화식도 적용하니 더 풍성한 식사가 되기도 했다. 

로푸드로 시작한 나의 요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되는 배움과 연구를 통해 더욱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고 내가 경험한 것들을 최대한 공유하여 채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의 로푸드 채식 밥상 모든 것이 비건이고 생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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