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를 깜빡했다.’
혹독한 감기에 시달리느라 5일 만에 출근하는 길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로 산 안데르센 안데르센의 연한 회색빛 목도리를 두를 생각이었는데, 로비를 나서는 순간 생각났다. 연한 회색에 밝은 오렌지 라벨이 붙은 목도리를 매면 왜인지 조금 더 상큼한 기분일 것 같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젯밤 만져봤던 목도리의 촉감을 되새기느라 손을 잠시 꼼지락거렸다.
어울리는 상의와 바지, 외투와 신발, 가방을 꾸려 입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같다. 글쓴이처럼 옷을 입은 사람은 그 구성의 맥락과 행간을 안다. 옷을 입는 게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는데, 옷을 사고 입는 일이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자기 이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즐거워졌다. 아침에 옷매무새를 만지며 나를 돌보는 기분을 느낀다.
비록 안데르센 안데르센의 목도리를 빠뜨렸지만, 푸른빛 셔츠에 캐시미어 스트라이프 니트 집업을 폭닥하게 뒤집어쓰고 하얀 코듀로이 스커트를 입은 오늘의 나는 포근함을 생각했다. 영원히 나를 등지지 않는 나의 편은 나, 감기에 걸린 나를 포근하게 돌보는 나의 마음을 담아 입는다. 나는 혼자다. 그렇지만 혼자인 나와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