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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05. 2024

거짓말 같은 금목서

남쪽의 섬에서 자란 나는, 금목서의 향으로 겨울을 기억한다. 금목서 나무가 있는 모퉁이를 지나면 찬란한 향기가 쏟아진다. 황금빛 입자가 흘러 들어온다. 금목서가 있는 곳은 공기부터 다르다. 작고 어여쁜 꽃이 내는 찬란한 향기. 엉거주춤한 동복 교복을 입고서 금목서를 바라보던 내가 기억난다. 금목서 향에는 늘 길을 잃은 기분이었던 내가 담겨있다. 나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데, 향은 왜 이렇게 눈부시게 좋은지.


무심코 길을 걷다 만나는 금목서 향기 때문에 울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찬란한 향기를 폐부 깊이 채우는데 자꾸만 자꾸만 숨이 막혔지. 차가운 코 끝에 찬란한 금목서의 향기. 다른 나무들이 꽃피우기를 피하는 계절에, 야무지고 꽃을 피워낸 금목서의 향기가 좋고 무서웠다. 그 당당함과 생생함의 향기가 선명하다. 겨울 같은 것 아랑곳하지 않고 터뜨린 작은 꽃망울과 찬란한 향기가, 추위나 두려움 같은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게 믿기지 않아서, 믿고 싶지 않아서 자꾸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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