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help! I am stuck!
센트럴 스퀘어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피우고, 서로와 말을 주고받으며, 때때로 벤치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버스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는 대화라고 할 만한 긴 말들이 오가지 않는다. 때때로 지금이 몇 시인가? 잔돈이 있는가? 등의 짧은 말들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가지만 그 말들이 대화라고 부를 만큼 긴 문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벤치 옆에서 주저앉은 채 주변 사람들에게 외쳤다. “Please help! I am stuck!” 벤치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 또한 외쳤다. “Help! He is stuck!” 벤치 옆은 몸이 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기에 그 주변에 서 있던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더욱더 절박하게 외쳤다. 우리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 눈이 마주쳤고, 눈을 피하며 아름다운 빨간 벽돌집 뒤 골목길에 떨어져 있던 주사기를 떠올렸다.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도 도와주지 않을 정당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나는 그 기억을 그들의 목소리 위에 덮어 씌웠다. 이제는 정류장 앞 대로를 지나는 차를 향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차의 경적에 가려져 먹먹해졌다.
얼마 뒤 어디선가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경광등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색을 남겼다. 두 사람이 앰뷸런스에서 내렸고, 그중 한 사람이 주저앉아 있던 사람을 일으키려고 했다. 끌어당겨 일으켜진 몸뚱이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원래 자리로 주저앉았다. 이곳과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출구가 그곳에 있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옆에서 “Help! He is stuck!”를 외치던 사람은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 또한 그저 곁눈질로 지켜보기만 할 뿐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끼어들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지독히도 이방인이었다.
한동안 의미 없는 말과 행동만이 있었다. 앰뷸런스에서 내렸던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 누군가가 경광등의 붉고 푸른 조명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시선 한쪽 끝에서 그 사람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조 안 오징어가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처럼 몸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였다. 아무런 인과관계도, 법칙도, 목적도 없이 그저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그 사람의 눈동자에 나의 모습이 비칠 것이 두려웠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었다. 머릿속에 “Please help! I am stuck!”라는 말이 맴돌았다. 나는 스마트폰 안을 향해 고개를 더욱 숙였다.
마침내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앞 다투어 버스에 탔다. 옆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네요.” 나는 애써 웃으며 짧게 말했다. “그러게요.” 나는 창 너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