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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12. 2016

바에 혼자 가는 법

혼자 바에 가고 싶은 사람을 위한 술꾼의 안내문 

그렇게 바를 좋아하면서도 바에 혼자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만 잡생각이 뒷덜미를 붙잡기 때문이었다. 혼자 온 손님을 좋아할까, 싫어하지는 않을까, 남들이 흉보지 않을까, 그냥 좀 어색하지 않을까, 알코올 중독자 취급을 받는 건 아닐까…


나는 바 오너나 바텐더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혼자 온 손님을 싫어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바 주인이 싫어할 사람은 술주정이 심하거나 아니면 술도 안 시키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 아닐까. 뭐 요새 말로 갑질 하는 사람도 싫어할 테고, 시끄러운 손님도 별로일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혼자 온 손님은 술만 잘 마셔주고 주정만 안 한다면 뭐 별로 해당사항이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쓸데없는 걱정이란 얘기다. 


혼자 들어갈 때 뻘쭘한 건 개인 사정이고 사실 바에는 은근히 혼자 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는 원래 혼자 마시는 데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바에 혼자 가고 싶으면 가면 된다. 눈치 볼 필요 없이.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쉽지 않다. 나도 그랬으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에 혼자 간 계기가 대충 이렇다. 


- 화난 날 혹은 싸운 날 (혼자 성질은 나고 술 마시고 싶은 데 갈 데는 없고, 홧김에 질러서)

- 지방 간 날 (지방에 혼자 간 날은 좋으나 싫으나 혼자 가야 하니까. 게다가 지방에 혼자 가면 약간 똘끼가 생기는 법이니까)

- 정말 심심한 날 (심심하다 지쳐 뻘쭘함 같은 건 아웃 오브 안중이 될 때) 


뭐 이랬던 것 같다. 결국 아주 평범한 날엔 못 갔다는 말이다. 뭔가 감정을 흔들어서 그 감정이 뻘쭘함을 이길 정도가 되어야 혼자 바에 갔다. 그러니 바에 혼자 가고 싶은 데 갈 용기가 없다면 일단 싸우고 화내라. 응?!


그렇게 바를 좋아하고 자주 가는 나도 감정을 흔들어야 혼자 바 문을 열 용기가 생기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 할 게다. 하지만 바에 혼자 잘 가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러니 가고 싶으면 감정을 흔들던 똘기(!)를 충전하든 눈을 딱 감든 그냥 바 문을 열어라. 바에 들어가 앉으면 스스로 대견하고 뭔가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 터이다. 

친한 바텐더가 문을 연, 군산에 있는 바 세컨드룸. 나는 당당히 혼자 찾아갔다. 

내가 처음 바에 혼자 들어갔을 때, 바 스툴에 앉아 안도의 숨을 내쉬며 드디어 나도 혼자 왔노라 대견하게 여기며 안도의 숨을 내쉴 때까지만 해도 나는 모든 과업을 완수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사실 바에 혼자 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혼자 왔어요, 말하고 마음에 드는 스툴에 엉덩이를 들이밀면 됐다. 하지만 스툴에 혼자 앉고서야 비로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진짜 문제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to be continued... /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바에 혼자 가는 법 2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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