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려다, 글을 씁니다
보고 싶은 아빠.
책상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노트 한 권을 꺼냈어. 내 기억 속에는 한참 전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던 노트였는데, 종이를 팔랑거려 쓰윽 훑어보다 곧 덮고 말았어. 그 오래된 노트에는, 문득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었던 그 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괜히 기억을 들추어내기 싫더라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나는 왜, 울고 싶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아빠에게 편지를 썼을까. 내가 아주 못돼 먹은 딸이라 그런가, 간사해서 행복하고 즐겁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날은 아빠 생각이 덜 났거든. 싹퉁머리 없다고 서운해도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나는 종종 아빠가 보고 싶어. 그 어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히 기분이 좋은 날, 이 세상이 내 편이 된 것 같은 순간마다 문득 아빠가 스쳐 지나가. 버스를 타고 익숙한 풍경을 바라볼 때, 특히 아빠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장소를 지나갈 때면 목구멍 안쪽이 턱하고 막혀오다가 아빠가 떠오르지. 그러다 밖을 바라보는 시야가 번지면 눈을 감아. 아마도 아빠는 이렇게 나의 삶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아. 그렇지?
나는 얼마 전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어. 누가 몰아세우지도 않았는데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던 내가, 다음의 일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놀고만 있는 지금이 참 낯설어. ‘무직’인 내가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한 순간 떠올랐던 여러 다짐 중 하나는 친애하는 아빠에게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혹시 알아? 정말 멀리 여행을 떠난 아빠가, 혹시라도 내 편지를 볼 수 있을지. 보고 싶어.
2021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