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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Mar 06. 2016

[시] 선풍기씨의 짝사랑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 앞에서는
나는 끝없이 진실되고 싶습니다.
남들이 나를
벌거숭이라 보아도
나는 그대 앞에서
속이 다 비추는 옷을 입고
나의 투명한 마음 그대로
보이고 싶습니다.

그대 앞에서는
나는 끝없이 뜨거워집니다.
그대의 살랑거리는 머릿결
그대의 보일듯 말듯한 속살
나는 그대에게 시원한 바람을 주지만
나는 그런 그대 앞에서
뜨겁고 뜨거워집니다.

그대 앞에서는
나는 끝없는 해바라기가 됩니다.
그대는 나를 자극한 후
TV를 보고 잠을 자지만,
나는 그대를 한없이 바라만 봅니다.

그대 앞에서는
나는 끝없는 착각쟁이가 됩니다.
그대가 내게 다가와
"아-아-아-"라고
말 거는 순간
그대의 떨리는 목소리에,
그대도 혹시
나에게 설레나
나는 그렇게 혼자서
끝없는 생각터널에
빠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대는 나보다
키가 크고 얼굴 하얀
에어콘 씨를 원한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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