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가 선곡한 음악이 현재 내 상황을 어루만져줄 때 있었잖아요. 헌데, 이 음악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때의 답답함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요.
아쉬움을 금세 잊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우연히 들른 까페에서 지난밤 놓쳐 버린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그 희열감 하나로 살아오셨는지요. 그게 방법이라면 그렇게 살아보지 못해 아직은 힘이 듭니다.
낭만 하나로 사는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혹은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자는 게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 맞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발톱부터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곤 머리칼과 눈썹을 다듬었구요. 그리고 옷에 있는 보폴을 떼기도 하며, 다림질까지 했습니다. 한 겨울에 따듯하게 다려진 셔츠를 맨몸에 둘렀을 때 포근함은 마치 일종의 반신욕과도 같아 편안했습니다.
전에 나의 오래된 브라운 스웨이드 부츠를 실수로 버린 뒤 내게 미안함을 전한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난 그대에게 약간의 짜증을 섞인 감정을 표했던 게 아직도 미안합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대의 호의가 권리인 것 마냥 살아왔다는 것을요.
용서해 주세요. 사랑보다 힘든 게 용서하는 마음인데, 대가 없는 사랑보다 힘든 게 용서라는 마음이라는 거 이제야 알았습니다. 진정한 용서를 최근에 경험하고 난 후에 이제야 그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