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여름 물놀이를 가기엔 너무 힘든 나이가 되었다.
여자 아이 둘과 아직은 폐경이 오지 않은 나.
여름 방학 동안에 최대한 학원을 빠지지 않는 시간표 속에서 생리 날짜를 피해 가며 물놀이 날짜를 정하기란 신경 써야 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고 물놀이 한번 가자고 아이들에게 약을 먹일 수도 없는 일이다. 계곡이나 바다까지 가서 물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물놀이하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 쳐다만 보는 꼴은 보기가 싫다. 하지만 남편은 나의 이런 고뇌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물놀이 가고 싶으면 가면 되는 거지 그게 무슨 고민이 냔다.
나는 솔직히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곳은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차가운 물도 싫어한다. 수영을 배우긴 했으나 그뿐, 바다나 계곡 수영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은 프리다이빙을 취미로 가질 정도로 물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워터파크 오픈런을 즐기고 폐장 시간이 다가와도 집에 가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휴가 기간 5일 내 매일 다른 계곡을 찾아다니며 놀았던 적도 있었고 갑자기 내리던 비에도 물속에서 나오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놀다 나온 적도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를 제외한 이 세분은 노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다 오신다. 놀이동산이든, 워터파크든 입장 후 함께 사라지고 배가 고플 때만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좋다. 남편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노는 거라서 더 좋다.
아이가 5살, 3살 때 롯데월드 연간회원권을 끊은 적이 있는데 일 년이 지나고 계산해 보니 2주에 1번은 그곳에 갔었다. 그때는 사연을 쓰면 무료였던 공주 퍼레이드를 첫째 아이는 3번씩이나 했다. 가족 퍼레이드도 3번이나 참여했었고 출석 이벤트로 이불도 받아오고 첫째 아이는 게이트 그리팅에도 참여했었다. 그땐 나이가 어려서 퍼레이드 참여가 어려웠던 둘째 아이도 언젠가는 꼭 한번 공주 퍼레이드를 해주고 싶었는데 끝내해주지 못했다. 그 시절엔 키자니아도 자주 갔었는데 오픈하자마자 뛰어서 첫 타임으로 소방서를 방문하고 1부 동안 꽉 채워서 10개까지도 해보는 신기록을 세운적도 있다. 어린이대공원의 키즈오토파크, LG사이언스, 맘 편한 롯데리아 햄버거 만들기 체험, 119 안전체험관, 도드람 미트 수제소시지 만들기, 궁중문화축전, 롯데 스위트팩토리, 서울체육회 가족 수상스포츠 체험교실,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과 딜라이트, 생태공원 체험 프로그램, 각 종 박물관 어린이 체험 등등 진짜 많이 돌아다녔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나니 이젠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릴 때 그렇게 많이 다녔던 덕인지 나이에 비해 지금도 잘 따라다니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젠 친구들과의 모임을 더 좋아하고 학교며 학원이며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늘어 주말에는 남편과 나만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둘이서 나가도 되지만 굳이 둘이서...ㅋㅋ
아이를 키워보니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내 체력이 남아있으면 아이들에게 화도 덜 나고 육아에 여유가 생긴다. 나는 28살, 남편은 30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아이 둘을 낳았다. 덕분에 아이들이 무한 체력일 때 그에 맞춰서 함께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 그렇게 다니라고 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야외활동을 많이 다녔는데 아이들은 그 시절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해서 그냥 웃음만 나온다. 사진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