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2번 필라테스를 다닌다.
학기 중이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정지를 시켜 놓았던 아이들의 회원권을 풀어서 이번 방학에는 같이 다니기로 했다.
"OO이랑 △△, 어머니셨어요? OO이랑 △△가 자매였어요?"
다 같이 갔더니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셨다.
"OO이랑 △△가 안 닮았죠?"
첫째와 둘째는 함께 다녀도 자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름이 돌림자가 아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엄마, 선생님이 나를 너무 좋아하셔서 내 옆에 많이 오셔."
둘째가 말했다.
"그건 네가 너무 못해서 그런 거란다." 평소 내 동작이 잘못됐을 때마다 다가오시는 선생님이셨다.
"아니야. 선생님이 나를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오시는 거야."
둘째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굴에 선크림도 바르고 샤워도 자주 좀 하고..."를 시작으로 말을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그만"
"엄마는 아직 말 시작도 안 했거든."
"그러니까 그만이라고 말하지. 이미 잔소리 다 들었는데 그때 가서 그만이라고 말할까? 이미 다 들었는데?"
말은 맞는 말이지만 왠지 헛웃음이 나왔다. 하여간 말은 잘한다.
매일이 음소거인 첫째와 달리 둘째는 매번 학원을 마치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 학원에서 수학 시험을 쳤는데 나 80점이야. 80점 이하부터 재시인데 통과돼서 집으로 가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80점 이하 아이들도 있니?"
"아마 거의 없을걸?"
"엄마는 네가 100점 정도 맞아서 그리 기뻐하는 줄 알았다."
"이건 100점이랑은 또 다른 기쁨이지. 100점이면 '오~~~' 커트라인이면 '와우~~' 같은 느낌이랄까?"
하루에도 열두 번은 자기가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안아달라고 하는 둘째가 나는 너무 좋다. 중학교 2학년인데도 매일 밤 자기 전에 옆에 안기어 인사를 하러 온다. 가끔은 완전히 사춘기 중2의 모습을 보여줘서 나랑 신경전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나 삐져서 입이 이렇게 튀어나왔어. 그래서 엄마랑 이야기 못해."를 당당하게 시전 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건 아마도 내가 눈이 삐어서 그런 거다.
어릴 때 말을 너무 잘해서 "우리 △△는 입만 살았네." 하니 "아니 △△는 몸도 살았어."로 나를 웃긴 아이. 이대로 건강하고 밝게 자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