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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내 방학은 끝

by 지니운랑

7월 19일 금요일 여름방학 종업식이다.

매번 방학이 되면 때맞춰 치과와 안과 정기검진 예약을 한다. 6개월마다 잊지 않고 검진을 다녀옴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으로 치아가 약한 둘째는 충치가 잘 생긴다. 태생적으로 치아가 건강하다는 첫째는 충치도 거의 없고 이빨 교정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데, 둘째는 부정교합으로 성장이 마무리되는 대로 교정도 예약되어 있다.

안과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둘 다 드림렌즈 7년 차가 되었다. 드림렌즈 시력도 잘 나오고 모범적인 사례인 첫째에 비해 둘째는 시력이 들쑥날쑥이라 안경과 병행하고 있다. 자는 자세가 나쁜 탓이다. 밤마다 침대 구석구석 여행을 다닌다. 이제는 안 그럴 나이가 된 것도 같은데 언제까지 여행을 계속할지 모르겠다. 자는 자세가 나쁘면 다음 날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


둘째는 여자아이 치고 몸에 털도 많고 키도 작고 발도 크고... 생각을 이어갈수록 단점들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사랑스럽다. 첫째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셋째가 있었으면 또 달랐겠지? 그래도 둘째가 성격이 상냥하고 손재주도 좋아 드림렌즈도 첫째 아이와 다르게 저학년 때부터 혼자 할 수 있었고 센스도 좋고 집안 일도 잘 도와준다.

아이들이 있어서 내가 포기한 것도 있었겠지만 받은 것도 많다. 아이들에 대해 장점을 떠올리면서도 단점이 생각나고 단점이 떠오르면서도 장점이 부각된다. 아이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온갖 복합적인 감정의 집합체이다.


7월 19일 금요일, 자~ 이제 3주간의 방학이 시작됐다.

하루 3끼.. 밥 주고 정리하고 밥 주고 정리하고 또 밥 주고 정리하다가 자고 일어나서 또 밥 줘야 하는 방학이 시작됐다. 학교에서 하루 한 끼 주는 점심 급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거기다 고등학생의 방학은 학원의 연속이다. 자기주도학습이 되지 못한 건 내 탓인가? 아이 탓인가? 주변 아이들을 보면 학원 안 다니고도 잘하는 아이들도 있던데, 다만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 뿐.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는 날이 나의 휴식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자~ 힘내자.

옛날처럼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방학이 아니라서 아쉽다. 할 수 없지. 이젠 틈틈이 놀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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