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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가 준 추억

브런치스토리 조회수 2000

by 지니운랑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오늘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3월에 집 근처 50플러스센터 브런치스토리 수업을 듣고 4월에 브런치스토리 작가 등록을 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브런치스토리가 뭔지도 몰랐다.

오랜 전업으로 집에만 있으니 점점 내가 멍청해지는 것 같고 인생이 도태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자니 그것도 싫어서 선택한 것이 인근 평생학습관이나 구청 등에서 하는 강의나 강연을 들으러 가는 것이었다.

브런치스토리 수업도 그중 하나였다.

첫 수업에 가니 나처럼 전혀 모르고 오신 분들이 1/3, 독서지도사나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1/3, 책을 좋아하고 글을 적어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 1/3이었다.

평소 나의 독서 수준이란 웹소설, 웹툰 그리고 어쩌다 사는 책 한 권이 다였다. 내 또래 사람들이 어릴 때 다들 읽어봤다는 세계명작도 읽어본 적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엄마에게 정말 정말 미안하다. 엄마가 그 당시 비싼 돈 들여서 전집으로 사주셨는데 장식품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만화책이라면 장르를 불구하고 수 만권을 읽었고 학창 시절 제일 재미나게 본 책이라면 영웅문 시리즈, 퇴마록 정도였다. 이문열 삼국지도 좋아했는데 제갈공명의 죽음이 그 책의 고비로 매번 거기까지 읽는 게 나의 한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스토리 수업을 선택하게 된 건 20년 가까이 쓰고 있는 다이어리식 일기장 때문이었다. 하루 5줄씩 쓰는 10년 일기장 2권 속 추억들이 너무 아까웠다. 나에게는 소중하고 재미있는 추억이었기에 언젠가는 종이에 팬으로 쓰고 있는 이야기들을 컴퓨터 파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힘들 것 같다. 노안도 오고 끈기도 없고 시간과 에너지도 자신이 없다.


'지난 일기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의 일기장은 컴퓨터에 남겨볼까?'

나중에 책 한 권 분량의 글이 쓰인다면.. 나 한 권, 아이들에게 한 권씩, 엄마한테 선물로 한 권, 이렇게 5부 정도 출판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작가 등록을 성공하고 수업 시간에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은 첫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이 팝업창에 떴다. 라이킷이 뭐야? 라며 찾아보았던 첫 글은 라이킷 26을 기록했다. 그때 기분이란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22화까지 올리는 동안 라이킷은 평균 10~20을 기록했고 조회수 0인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 "오늘"

여전히 라이킷 15인 나의 글에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왔다.

왜? 무슨 이유로? 내가 뭘 잘못 적었나? 어떡해?

라이킷 15인 그 글은 하루동안 조회수 1914를 찍었고 최종 조회수는 2000을 돌파했다. 내 글이 갑자기 재미있어질 리도 없었고 유입경로도 기타였고 유입키워드도 없었다. 다시 경험해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 오늘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그래서 사람들이 글을 쓰나 보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 일은 앞으로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의 묘한 세계에 조금 더 머물러 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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