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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그러운 부인

흔한 일요일 아침.

by 지니운랑 Feb 15. 2025

고등학생인 첫째는 10시까지 학원.

중학생 둘째는 늦잠으로 11시 기상.

남편은 지인이 오늘까지 무료인 리프트권이 있다고 해서 6시에 스키장 갔다.


남편이 없는 주말이면  일이 반으로 줄어든다.

끼니가 간단해지면서 준비시간과 정리시간이 짧아진다. 아침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혼자 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쓰러우면서도 빈정이 상한다. 자고 일어나면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근처 카페나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잖다. 선심 쓰듯이 운전자기가 할 테니 장소나보고 정하란다. 걸어갈 수 있는 카페라도 군말 없이 따라나서지지만 집에 있고 싶은 나에겐 때론 그 나가자는 말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오늘 어디가?"

"난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전혀 답답하지 않거든... 게다가 난 아직 청소와 정리가 끝나지 않았어." 이렇게 소리치면 그 이후부터 냉랭해진 집안 분위기를 견뎌야 한다.


남편이 해주는 집안일이라곤 빨래 널고 개어주기가 다이다. 그것도 세탁기에서 꺼내줘야 널고 빨래더미를 거실로 걷어줘야 갠다. 그러고 나서 옷장에 넣는 건 순전히 내 몫이다. 가끔 설거지와 재활용 버기를 해주기도 하지만 그건 진짜 어쩌다가 있는 일이다. 물론 자전거 수리라든가 전자기기가 고장이 났다거나 하는 남편의 몫이 있긴 하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가는 자동차정기검진도 내 몫이고 주유 후 자동세차도 몇 번을 말해야지만 겨우 한 번 다녀올까 말까다. 난 운전이 서툴러서 운전 자체를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오늘처럼 스키장으로 떠나 주는 날은 속으로 너무 편하다. 아빠 혼자 취미생활 한다고 주말에 아빠만 다이빙을 다녀오고 엄마는 집에만 있다고 아이들은 걱정을 해주지만 나는 다이빙 가는 남편이 은근히 좋다. 겉으로는 혼자만 자유를 즐기러 간다고 투덜 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것이고 남편에게도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시간 있어야지 하며 남편을 이해해 주는 너그러운 부인이 되는 건 덤이다.


"남편아, 주말에 가끔씩만 나랑 놀아주면 돼. 제발 매번 날 보며 오늘은 어디가? 눈을 반짝이면 물어보지 말라고~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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