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좀 마신다고 하니까 맛있는 집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종종 맛집을 알려달라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 나는 내가 술이나 마실 줄 알지 맛집을 어찌 알아, 이렇게 얼버무리고 만다. 맛집을 잘 모르기도 하고, 솔직히 귀찮아서 그렇기도 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다짜고짜 맛집 알려달라는 질문처럼 막막한 질문도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니 내가 맛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맛있으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골라줘 봤자 그 사람이 가서 만족할 거란 확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기껏 추천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반응이 영 시원찮은 경우를 몇 번 본 적 있는 까닭에 나는 맛집 알려달라는 질문을 슬쩍 회피하고 마는 것이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아도 그날 내 기분, 내 취향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그러니까 결국 맛집이란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집이 아니라, 내가 가서 편하고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인 셈이다. 그래서 맛집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 해결할 것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돈 받고 홍보글 올리는 블로그에서 찾을 일은 더욱 아니다. 남의 말만 믿고 갔다가 잔뜩 높여놓은 기대감 때문에 실망할 확률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운 좋게 한 번에 내 기분과 취향에 딱 걸맞은 집을 한 번에 찾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진짜 운이 좋은 경우다. 실제로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어디든 가서 맛있게 먹으려면, 일단 기대감을 버려라. 음식을 평가하겠다는 생각도 버려라.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대해라. 나오는 음식은 투덜대지 말고 먹자. 정말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대로 즐기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에 안 오면 된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내 선택이니까 후회하지 말자. 이게 맛집을 찾고 즐기는 내 비결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맛집이란 없다. 내가 즐겨야 비로소 맛집이 되는 법이다. 하도 맛집 맛집 하니까 소문난 맛집에서 먹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 떨어봐야 그저 나만 피곤할 뿐이다. 술 한 잔과 음식 한 점을 즐길 줄 안다면 맛집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맛집은 이미 내 입 속에, 위장 속에 그리고 기분 속에 있는 것이니 말이다. / 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