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

5천 원 이하로 콩나물국밥을 팔고 있다면 국밥맛집이다.

by 레이

지방으로 출장이나 짧은 여행을 가면 대개 특급호텔보다는 비즈니스호텔이나 디자이너스 호텔, 부티끄 호텔 같은 데서 머무릅니다. 물론 안전하게 OO관광호텔과 같은 온돌방의 그냥 평범한 데를 고를 때도 있죠. 특급호텔 같은 데는 관광지나 대도시가 아닌 이상 별로 없고, 1박 출장으로 가는 건데 굳이 비싼 호텔을 이용할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비즈니스호텔이든 디자이너스나 부띠끄든 이상하지 않고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조식은 비용 대비 가치가 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봐야 1만 원 초반에 단품 식사를 주는 곳들이 있는데 사실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게다가 꼭 열 시 전에는 먹어야 해요. 출장이든 여행이든 다음 날 아침에는 좀 늘어지게 자고 싶은데, 밥보다는 늘어지는 잠이 좋은 거죠. 부담도 없잖아요.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래서 저는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 아침식사 할 만한 식당들을 둘러보고 갑니다. 흔히 콩나물국밥, 해장국, 곰탕이나 설렁탕, 이런 메뉴 하는 곳들이 아침에 문을 열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집이나 덜컥 들어가면 안돼요.


우선 전날 밤에 손님이 있나 훔쳐봅니다. 손님이 많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손님이 없으면 약간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몇 군데를 머릿속에 두고 호텔로 가는데 어떨 때는 진짜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땐 그냥 컵라면 사가지고 들어갑니다.


마침 이번 여행에는 부띠크 호텔인데 꽤 좋더군요. 깔끔하고, 엘리베이터도 카드키 스캔해야 올라갈 수 있고, 객실도 신식 디자인이고 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면서 콩나물 국밥집 있는 것도 봤고요. 5,000원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오, 이 정도면 일단 기대를 해도 좋습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콩나물국밥을 5천 원에 판다는 건 그만큼 회전이 된다는 뜻이겠지요. 손님이 없는데 싼 가격으로 승부한다? 이건 아닙니다.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나 씻고 체크아웃까지 한 후에 국밥집을 찾아갔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주차할 자리가 없었을 거예요. 예상은 정확했습니다. 식당도 거의 만석이었어요. 문을 피해 조금 안쪽에 마침 빈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일행은 콩나물국밥을, 저는 천 원 더 비싼 김치콩나물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날달걀을 주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KakaoTalk_Photo_2023-02-28-23-34-33.jpeg 6천 원. 김치콩나물국밥. 개운한 김치국 맛에 콩나물이 잘 어울렸어요. 달걀은 언제나 정답이죠.

국밥은 국밥이었습니다. 박수가 나올 맛도 아니고, 우와 이거 되게 맛있네, 이런 감탄도 나올 맛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분 좋은 콩나물국밥 맛이었고 국물은 따뜻했고 살짝 익은 달걀이 든든했습니다. 일행은 저보다 식사를 적게 하는데 밥을 더 드시더군요.

ray2020_This_is_Korean_bean_sprout_soup._Make_it_look_like_a_ve_0bf4c287-b75a-4f34-805b-906f630adf8d.png 비주얼은 뭔가 이런 걸 기대하는지도? ㅋ

뭔가 찾으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는 로컬에서 가벼운 식사를 찾는 것도 괜찮습니다. 맛집 아니면 어때요. 하긴 요즘 지방에도 리뷰단이 판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대적인 맛은 반드시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을 느끼는 데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어요. 그러니 너무 유명한 집만 찾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지방까지 가서 줄 서서 밥 먹느라 시간 보내는 건 좀 아깝지 않으신가요? (물론 먹기 위해 가신 거라면 인정!)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맛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