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부모 세대만큼이나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세대도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한강의 기적을 몸소 체험한 분들이니까. 기적이라 불릴 만한 빠른 경제성장의 손길은 시골 마을 구석구석까지 어루만져주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엄마아빤, 옛날보다 더 옛날 같은 마을에서 살아온 거다. 그곳은 느린 마을들이었다.
서울 살았던 어른들은 옛날에 외국과자도 먹고, 스케이트도 탔다는데. 어떤 분들은 집에 전화기도 있었다고 들었다.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이렇게 어마어마했나보다. 내 학창시절엔 차이가 나봤자 베스킨라빈스 없거나, 영화관 없는 수준이었는데. 그마저도 자기 동네에 드디어 베스킨라빈스가 생겼다는 소식은 한두 번 꼭 들렸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충북의 온갖 동네에서 아이들이 모인 학교여서 속속들이 알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종종 산 넘어 들 넘어 걷고 걸었던 등하굣길을 얘기해 준다. 한 시간을 내리 걸었다고 하니까, 4km 정도, 딱 십 리.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그 십 리를 매일을 오고 갔댔다. 그렇게 매일 같이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15분 거리도 지하철로 땅 속을 뚫고 다니는데, 매일 십 리를 걸으며 쳐다보았던 하늘과 구름과 풀꽃과 잠자리는 과연 어땠을까. 정겨웠을까?
아빠와 엄마가 올려다보았던 하늘엔 별이 쏟아진다고 했다. 아빤 살면서 그 아름다운 은하수 한번 못 봤다며 나를 놀린다. 이젠 귀농한 엄마아빠의 시골집 위에도 별이 쏟아지는데, 은하수 정도는 아니다. 대체 은하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우주는 그대로일 텐데.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보석바다. 옛날 백 원 이백 원 아껴가며 사 먹었던 아이스께끼와 가장 맛이 비슷하다고. 검정고무신에 나온다던데. 이제 부유해진 세상은 단순하고 밋밋한 아이스크림에 색색깔 예쁜 보석도 박아준다. 보석을 와드득 씹으며 아빤 세월의 통과를 실감했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붕어빵 아이스크림이랑, 각종 초코 아이스크림이랑, 청포도, 커피, 바닐라... 난 풍요롭게 자랐다.
냇가에서 고기 잡고, 툇마루에 친구들과 함께 널브러져 별 보고 깔깔댔을 소년소녀의 해맑은 감성이 나를 키웠다. 보이는 것의 풍요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의 풍요를 추구하는 감성이었다. 그래서 제주 여행은 뚜벅뚜벅 걸어서 다니려 한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지하를 다 뚫어놓은 서울에서 벗어났으니 십 리 정도는 걸어다녀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