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끝은 망설이게 된다. 아쉬움에 인사를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깔끔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지독하게 질척이는 것 같고… 나만 미련 짙게 남아서 자꾸만 뒤돌아보는 것 같다. 단호함은 삶에 매우 중요한 스킬이어서, 단호하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면 조그만 경각심이 고개를 든다. 이래서 되겠니?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니?
우리 가족은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할 때 오래 붙잡고 있는 편이다. 밤에는 매번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로 마무리하는데 꼭 혀짧은 소리와 하늘을 뚫는 높은 톤으로 꾸민다. 적어보자면 “안농히 줌떼영~~~! 따랑해요오옹!!!”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마저도 두세 번이나 할 때가 있다. 조금씩 대화가 이어지면서 쉴새없이 안녕한 밤과 사랑을 외친다.
어느 하루는 무더운 여름날에 아빠가 “따뜻하게 자!”라고 말해서 깔깔 웃어댔다. “아빠… 지금 한여름이고, 진짜 너무 더워!”라고 말하니 그래도 따뜻하게 자란다. 배는 꼭 덮고 자라고. 여름에도 따뜻함을 빌어주는 아빠가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그럼 아빠는 따뜻하고 시원하게 자!”라고 말해줬다. 나는 따뜻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빌어주었으니 내가 이겼다. 물론 매번 아빠한테 화내고 소리쳐도 날 아껴주는 아빠의 사랑을 내가 어떻게 이기겠냐마는.
서로의 따뜻함과 시원함을 바라며 길게 인사하는 시간이 좋았다. 이런 애틋함은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특히 아빠랑 나는 자주 싸운다. 엄마랑 떵이가 둘이 똑같아서 싸우는 거라고 그랬고, 나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데 아빠는 “나는 인정 못 한다!”고 말했다. 웃기다. 아빠는 고집불통이야. 만약 같이 산다면 치고 박고 싸우느라 바람 잘 날도 없고, 오랫동안 형성해온 나의 자유도 잃겠지만, 그래도 따로 살면 아쉽다. 매일 보고싶음! 그러니까 우리가 통화할 때면 매일 더 달라붙고 싶어서 마지막이 길게 길게 덧붙여지는 것이다.
이렇게 끝맺지 못하는 가족과의 통화가 나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관통해서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대하는 건가 싶다. 나는 친구들과 헤어질 때도 괜히 여러 번 뒤돌아본다. 그 애가 가는 뒷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만약 걔도 뒤돌아보면 신나게 손을 흔들어주고, 안 돌아보면 그냥 그 뒷모습을 눈에 담는다. 엄청 아련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 번 더 잘 가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여러 번 인사하면서 길게 헤어지고 싶어서.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날 밀어내기 바쁘다. 내 동생 떵이도 그렇고, 새해 키우는 누구도 그렇고. 팔짱 끼고 안고 매달리고 업히면, 밀어내고 빼내고 도망간다. 그럼 그게 웃겨서 깔깔댄다. 참아주는 애들도 있다. 구용명이랑 첫째쾌녀랑 막내쾌녀랑, 애인 뜽귱이랑! 그럼 받아주는 모양새도 웃겨서 또 깔깔댄다. 막내쾌녀는 같이 들러붙는 편이라 우리 사이 간격은 매번 없다시피 하다.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나의 물성을 말한다면 분명 끈적거릴 거야. 질척거리고 들러붙는 내가 좋다. 누군가는 끈끈한 역할도 맡아야지. 내 끈끈함 덕분에 우리 사이가 더 끈끈해진다면 더 좋은 일이다. 안녕을 바라고 사랑을 외치는 말은 수없이 말해도 모자른 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인생이겠지만, 그 여정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애정으로 가득 채우는 건 아주 소중하고 필수적인 일이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시간은 한없이 감사한 것이니, 우리는 그 순간을 한아름 즐겨야 해. 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찐하게 살아야지. 실컷 애정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