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하면 회사가 매우 힘들어지길 바랐다. 정확히는 내가 일하던 팀이. 회사 전체는 솔직히 불가능하니… 휘청휘청거리다 못해 온갖 구멍이 탄로나고 무너졌으면 했다. 나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힘껏 비웃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무탈하게 잘 지내길 바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최대한 못 지내길 바라는 사악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후자의 마음에 더 편을 들어주었다. 내 존재가 팀에 엄청나게 결정적이진 않겠지만, 나름 무겁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그 정도는 빌어도 될 거라 생각했다. 용케도.
퇴사할 때 엄마랑 통화하면서 “나 빠지고 다들 개고생했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엄마는 “잘 돌아갈걸? 그냥 신경쓰지 않는 게 최선이야.”라고 말했다. 실제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회사는 너무나 잘 굴러간다고 한다. 당연히 내부적으로는 내가 머물던 때도 산재했던 문제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우여곡절을 많이 겪는 것 같았지만, 외부적으로는 말끔했다. 아쉬운 일이었다. 역시 신경 쓰면 쓸수록 내 손해였다. 저주에도 힘이 들고, 상황을 알아보는 데에도 힘이 들고, 실망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잘 살고 싶어졌다. 그게 날 놓친 사람들을 배 아프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방법일 것 같았다. 거길 빠져나오는 게 나한테는 정답이었다는 걸 공표하는 거다. 나는 퇴사하고 날개를 달았다고. 그런데 잘 사려면 그 사람들의 존재조차 잊을 정도로 내 삶에 집중해야 했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야 했다. 아이러니하지. 관심을 기울이고 애를 쓸수록 오히려 한 방 날리는 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 초연할수록 승자였다.
회사는 스치는 인연이다. 엠지세대 같은 발언이지만, 정년까지 바라보고 다니는 일터가 아니라면 잠깐 함께하는 사이인 게 당연하다. 심지어 정년을 채우더라도 백세시대에 삼십 년이면 평생직장은 역시 아니다. 특히 내 경우엔… 3년을 일했으니 옷깃도 못 스친 찰나다. 잠깐의 머묾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그 과거에 묶여있지 않아도 된다. 아니, 묶이지 않아야 한다. 내 일을 열심히 하고, 내 삶을 꾸려가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그 회사는 찰나였고, 내 삶은 연속적이니까.
그래도 내가 몸 담았던 그곳이 고마울 때도 많다. 그곳에서 3년 동안 나는 많이 자랐다. 더 탁월한 사회화를 거쳤다. 나보다 십 년은 짬이 높은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늘었다. 엠지세대는 무서워한다는 전화통화도 이젠 무리 없이 곧잘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오히려 대면했을 때보다 전화를 붙잡았을 때 업무용 자아가 튀어나오더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제대로 정복했다. 엑셀과 피피티를 넘나들며 방대한 자료를 보기 좋게 구성하는 일은 자랑스럽게 해낼 수 있다. 업무 분야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이던 중이었고…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퇴사한 게 아쉬워지려 해서 그만 적어야겠다. 난 퇴사할 만해서 퇴사했으니.
중요한 건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경험이 지금 나의 역량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때의 고생을 심리적으로라도 보상받으려는 것보단, 밟고 올라서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다. 나의 퇴사는 탈출도 망각도 해방도 아닌 극복과 도약과 확장이어야 한다. 덕분에 언젠가는 촉망받는 경력직이 되든, 능숙한 중고신입이 되든 하겠지. 일단은 학생임을 즐기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오늘 난 오전 11시에 일어났지롱. 대신 논문은 밤새 뇌를 부여잡고 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