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았다. 만성위염에 만성염증에 신장이 어떻고 이것저것 뭐가 안 좋단다. 아직 후속 상담을 받지 않아서 구체적인 문제는 모르겠으나, 잘잘한 문제가 곳곳에 자리한 내 몸이 걱정스러워졌다.
그제서야 무서웠다. 삶을 놓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겨우 눈에 보였다. 일상의 지속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삶에 미련 많은 사람으로 자라서 한없이 감사하나, 기나긴 삶은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이 없는 일상은 삶을 영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 건강은 삶을 지나가면서 챙겨야 하는 것들 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너무나 기본적인 나머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단 내일을 위한 일이나 공부가 눈앞에 너무 크게 보여서. 위염은 아마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내 건강 소식을 들은 누군가가 말했다. 넌 돈을 벌고 건강을 내주었구나.
일상을 단단하게 받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삶의 토대인 것들. 몸과 마음의 건강이나, 가족과 애인과 친구와의 원만한 관계, 무사한 일상. 대체로 평소 나와 주변을 살뜰히 챙겨야 탈 없이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건 이 주춧돌들 때문이었음을 알아차렸다.
내겐 영원한 통솔자인 (통)솔자 언니가 있다. 언니가 통솔자였을 때 처음 만난 덕분에 통솔자 임기가 끝난 지 육칠 년이 되어가는데도 언니는 나한테 여전히 통솔자 같다. 솔자 언니는 요즘 건강한 식습관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공식품을 먹지 않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고 했다. 언니는 칠년 전에도 삶을 잘 챙기는 느낌이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어려서도 현명했던 본투비 통솔자… 식습관을 설명해주던 언니는 건강하고 생기 넘쳐 보였다.
솔자 언니는 명상을 위해 요가도 한다고 그랬다. 명상이라니. 내게 요가는 몸의 유연함을 늘리기 위한 동작들일 뿐이었다. 물론 차분해지는 명상을 위한 요가라는 말의 숭고함에 괜히 숙연해졌다. 언니는 행동에 급함이 없었다. 언제나 차분히 할 일을 해나갔다. 명상은 그 비결이었던 걸까? 머릿속이 시끄러운 내게는 조용히 안팎을 돌아보는 시간이 시급할지도 모른다.
솔자 언니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참 멋지다. 나보다 1년 앞섰을 뿐인데, 30년은 더 지내온 것 같은 묵은 현명함이 있다. 역시 통솔자. 학교에 온 뒤로 솔자 언니랑 자주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솔자 언니에게서 하나씩 배워간다. 천천히 하루를 구성해가는 신중한 여유도 배우고, 건강한 식습관도 배우고. 계속 치근덕거려야지. 솔자 언니는 귀엽기도 해서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내가 건강한 일상을 꾸리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은 게으름이다. 가공식품을 배제하려면 나태한 몸을 일으켜 직접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채소를 좋아하고 고기에 무관심한 취향은 축복 받은 입맛일 텐데, 나는 몸을 움직이느니 굶는 걸 택하는 게으름에 미친 사람이다. 이제 생존을 위해 게으름을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내 인생 최대의 과제를 이렇게 직면하는구나. 인생은 이렇게 숙제의 연속이야…
솔자 언니처럼 여유롭게 삶을 챙겨가야지. 속도에 욕심 내지 않고, 일상을 지그시 들여다보면서 살아가야지. 명상…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요가는 계속 해야지! 부디 스스로 바지런히 움직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