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by 희량

이번 명절 연휴는 타인의 경쟁을 지켜보는 일로 채우는 중이다. 텔레비전으로는 아시안 게임을 항시 틀어놓으며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고, OTT 플랫폼에서는 동생의 권유로 <강철부대>를 감상하고 있다. 뜨겁고 불타오르는 장면이 가득하다.


육체 활동을 인생의 주제로 삼은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모습이 상당히 재밌다. 일단 먼저 몸에 고루 잡힌 근육에 감탄하고, 그 다음엔 심지 단단한 눈빛과 목표를 향해 불태우는 투지에 놀라워한다. 이 사람들을 보다보면 내 삶의 말랑말랑함을 깨닫는다. 단 한순간을 위해 수천 수만의 시간을 쏟아붓는 노력을 언제 해보았지… 돌이켜보면 수능뿐인 듯하다.


수능 이후에는 하고 싶은 일만 좇으며 살아서, 내 노력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꼭 수능을 끌어들여야 한다. 물론 결과도 좋았다는 허영 섞인 자랑도 뒤따라올 수 있다. 부끄럽게도 은근히 내세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종종 튀어나온다. 따져보면 운 좋아 누린 특권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그러나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실은 뿌듯하게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욕망을 참고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했던 일은 인생의 자랑거리인 듯하다. 그게 대입이라는 세속적인 목표일지라도, 숫자로 역량을 판단하는 단편적인 방식이더라도…


사람마다 각자의 삶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스포츠 경기에서는 쾌거를 이루는 순간의 뜨거운 눈물만 바라보게 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지나온 여정도 못지 않게 뜨거웠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빛나게 할까. 스스로를 다잡아온 시간들이 뭉치고 뭉쳐져 단단히 다져진 게 아닐까.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인터뷰에 당당히 동의했던 김연경 선수가 떠오른다. 자신의 노력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기 때문이겠지. 그 자신감이 그의 단단함을 구성하는 듯하다.


나는 또다시 내 시간과 집중력을 어딘가에 쏟아부을 수 있을까? 살아 있는 한 시간의 흐름은 누적된다는 걸 자꾸만 잊는다. 그래서 자꾸만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봐 시도를 아낀다. 이제는 적당히 집중하며 요령을 부린다. 물론 성실성은 잃지 않았지만 최대의 노력보다는 어지간한 정도랄까. 그 대신 노는 게 제일 좋다며 하루를 게을리 보내는 것을 즐긴다.


결과를 모르는 상황임에도 온몸을 내던져 애쓰고 도전하는 선수들을 보니, 노력했기 때문에 터트릴 수 있는 울음이 부러워졌다. 그 울음에 희열이 섞였든 아쉬움이 섞였든 고생한 스스로를 위해 스스럼 없이 울어버릴 수 있는 자격이 갖고 싶어졌다. 여전히 스마트폰을 붙잡으며 번번이 집중에 실패하지만, 명절을 기념한답시고 널브러져 있지만, 귀경 후에는 열심히 해내야지. 그리고 언젠가 노력의 끝을 보고 울어야지. 그 집중과 인내의 시간이 나를 단단히 다져갈 거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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