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놓고도 올리지 못했다. 글쓰기가 무겁다. 지나치게 진지하나 싶기도 하지만, 가끔 글을 공개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올린 글도 다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확고하게 마침표를 찍어가며 쓴 글의 이면엔 자신없음과 민망함에 몸부림치는 내가 있다. 이 글은 예고도 없이 결석해버린 지난주에 대한 변명이다.
평소에 글의 인풋이 많은 편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문헌 조사, 또는 개인적인 공부를 위한 독서를 통해 여러 글이 끊임없이 머리로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감탄과 자조를 넘나들기 바쁘고, 내 글을 전부 삭제해버리고 싶다. 내가 특히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내 글에 고민이 없고 깊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다. 말하자면,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다.
나의 이상적인 면모는 일종의 콤플렉스와도 같이 껄끄럽게 느껴진다. 왜 나의 이상적인 면모가 거슬리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사랑받고 잘 자랐다는 점이 내 글을 얄팍하고 무례하게 만들까 봐 걱정되기 때문인 듯하다. 누군가가 직접 겪고 치열하게 고민한 후 꺼낸 글을 보면,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다정하게 풀어준 흔적이 보인다. 문제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면서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대화를 시작한다. 그 깊이를 나는 감히 따라할 수도 없다.
내 삶의 평탄함(또는 문제를 쉽게 휘발시킬 수 있는 낙천성)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고통을 말할 자격이 없을까 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때, 머릿속 꽃밭이 들통나는 글을 적을 때 자신이 없다. 나는 글을 왜 쓰는 것일까? 글을 쓰는 자격이란 무엇인가?
지금 글을 쓰던 중 딴짓을 하다가 이슬아 작가님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작가님은 피크닉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알면서도 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내가 우스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감수하면서도 그냥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거지만, 세상의 반만 날 좋아하고 반은 날 싫어할 거라는 흔한 명제를 받아들여야 함을 느낀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익숙하고 모두의 주목을 바라는 철없는 나를 받아들이고, 그래서 받을 수 있는 여러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글 쓰는 자격을 논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 글 쓰는 애티튜드부터 다듬겠다. 비판에 열려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는 태도. 내 글은 우스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정말 별로인 글일 수도 있고, 단점이 가득할 수도 있다. 이걸 알면서도 쓰겠다. 왜냐면 글을 쓰면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