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편지25

by 희량

아빠

충격적이겠지만

고백할 게 있어


딸도

야동을

봤다!


나도 성욕이 무지 만땅하거덩


보통 남자들 성욕이

참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하는데

월경 전엔 나도 장난 아냐~~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남자들은 그 성욕을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실컷 표현 수 있었던 게 아닐지

우린 표현하지 말아야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억눌러진 상태가 아닐지


못 참는다고?

남자 성욕, 참기 힘든 것처럼 말하는데,

난 참을 수 있는데.

그건 그 사람이 부족한 거지

참을성이.

그리고

이성이.


그런데 난 내 성욕 어디가서 말 함부로 못 한다.

왜일까?


순결, 처녀,

그 말들이 다 뭐야

아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

순진무구한 얼굴로 가만히 있어야 되는 존재인거야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욕을 표현하면

난 값싸지는 거야


정말 그렇게 쉽게 값매겨지지

어디 진열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어

상품이지, 상품.


아빠

나는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로 있어야 해

애초에 그걸 더럽혀졌다고 얘기하는 것도 웃겨

뭐 더러운 거 묻었나?

보고 싶어서 보고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저렴하고 더러울 일인가?

왜 나만.

성욕 한번 표출했다고.

남자애들보고 더럽혀졌다고 하지는 않잖아

나도 전과 후가 다르지 않아

나도 인간으로 태어났고

성욕 만땅이니까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웃긴 건

막 노래 가사 같은 데 보면

순진해보이지만

알 건 다 알고 드러낼 줄 아는 여자,

이런 거 바란다구...

그냥 입맛대로 다 맞춰줘라 이거 같아.

내 의사는 없지


그냥

사람으로 내버려둘 순 없는 건지

내 의사를 존중해주고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건지

순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한다고 싸다 소리 듣는 것도 아닌 존재

그냥 뭘 하든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객체가 아닌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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