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편지28

by 희량

아빠

딸이 갑자기 성욕 운운해서 당황스러웠으려나.

한번쯤은, 아니 여러번쯤은 대놓고 얘기해보고 싶었어


성욕이라는 게

부녀 사이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화제인 건가 싶어서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망이잖아


왜 아빠랑 나랑

식욕 얘기하듯

성욕에 대한 대화는

할 수 없는 걸까


괜히 죄 짓는 기분이야

물론 미국 애들 정도까지, 그렇게까지 개방적이고 싶진 않은데

이런 기분이 들 필욘 없잖아

이 죄책감이 어디서 올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배워온 거 같아.

나는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오히려 숨기고 쉿쉿하기 때문에

뒤에서 안이 되어 있는 거 같아


조금 밝은 곳에서 덤덤하게 얘기해볼 순 없는 걸까?

평소에 건강하게 접근할 순 없는 걸까?


그늘에서 나와야 곰팡이가 없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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