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딸이 갑자기 성욕 운운해서 당황스러웠으려나.
한번쯤은, 아니 여러번쯤은 대놓고 얘기해보고 싶었어
성욕이라는 게
부녀 사이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화제인 건가 싶어서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망이잖아
왜 아빠랑 나랑
식욕 얘기하듯
성욕에 대한 대화는
할 수 없는 걸까
괜히 죄 짓는 기분이야
물론 미국 애들 정도까지, 그렇게까지 개방적이고 싶진 않은데
이런 기분이 들 필욘 없잖아
이 죄책감이 어디서 올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배워온 거 같아.
나는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오히려 숨기고 쉿쉿하기 때문에
뒤에서 혈안이 되어 있는 거 같아
조금 밝은 곳에서 덤덤하게 얘기해볼 순 없는 걸까?
평소에 건강하게 접근할 순 없는 걸까?
그늘에서 나와야 곰팡이가 없어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