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편지27

by 희량

근데 아빠

야동얘기 좀만 더 할게


내가 야동을 좀 봤는데

야동엔 문제가 참 많아


강간이 성적 판타지인 것처럼 비춰지고

여자를 성노예처럼 여겨

그리고 자신의 성욕을 어쩌지 못해 쩔쩔매는

의존적인 존재로 그려


그 안에서 여자는 엄청난 약자야

굴복하고 순종하는

폭력당하고 착취당하는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인 거지(Robin Morgan)


이런 영상들을 소비하니까

내 몸이 그냥 몸이 아닌 거야


심지어

몰래 찍고

설령 같이 찍었다 해도

몰래 퍼뜨리고.

당사자는 어떡하라고...


아빠

요즘 세상엔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딸이 그런 존재인 것 같아


내가 지하철 버스 타고 다니면서

절대 안 찍혔다고 장담할 수가 없네

저 빠르고 넓은 세상에 내 사진 하나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네

그런 세상이잖아.


그런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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