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른 물 위에서 방향과 자신을 잃는 우리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더군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물이 들어올 때가 가장 위험해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에는 부침이 있습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되기만 하는 사람도 없고, 무조건 직선으로 우상향 하는 자산도 없고, 열흘 가는 꽃도, 십 년 가는 권력도 없습니다. 시작된 모든 것에는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오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시작은 쉽지만 마무리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 견해이고 일반적으로는 적용되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작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가 벌려 놓은 일은 마무리 짓는 것을 잘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끝맺음을 잘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또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시작할 때는 그 끝이 어떠리라는 것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일이 안 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벌어지는 일이 대응하다 보면 끝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꾸준한 노력 끝에 빛을 보는 사람들을 더러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곳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방송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누군가 자신을 찾을 때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언제까지 자신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시류와 유행이 빠르게 바뀔 때는 더욱더 그럴 것입니다. 올라오지도 못했는데 내려가라는 말을 듣기 일쑤인 때이니 말입니다.
평판이 좋아지고 몸값이 오르고 있을 때 누구나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일도 덥석 수락하게 되기도 합니다. 잘 되면 좋겠지만 이런 사소한 이탈들이 쌓이며 자신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욕심이 앞서는 결정에는 큰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몇 걸음만 더 가면 정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회로를 찾기도 하고, 반칙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결국 평판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평판이 전부인 시장에 있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어떤 것이든 고점에 도달하고 나면 내리막길을 탑니다. 그 고점이 내가 생각한 고점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든, 어떤 것이든 지나고 보면 고점이었던 지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그때 자신을 잃는 결정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궤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요새는 전통적인 방송국 말고도 미디어 채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알리기도 예전보다 훨씬 쉽고, 유명해지는 것도 예전보다 다양한 경로를 따릅니다. 그런데 물이 들어왔으니 무조건 노를 젓겠다는 의욕이 앞서며 자기 자신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그로 인해 어렵사리 들어온 물이 모두 빠지는 이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의 삶에는 물이 들어왔던 적이 없으니 노를 저어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래서 쉽사리 판단할 수 없겠습니다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무엇인가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저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에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지금도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인생의 경로는 다릅니다. 유명인의 삶을 사는 이들도 있고, 조용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옳다, 좋다의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은 나다움을 찾아나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을 잃는 순간 함께 길을 잃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이 차며 부유하면 방향을 잃게 되는 것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