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0.033초 안에 "사로잡힙니다."

by RayShines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요? 그리고 우리의 생각 중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부분은 그 속도가 다를까요?


2012년 라델과 기요텡은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공복 상태로 실험실로 오라고 한 뒤, 절반은 식사를 하게 하고 절반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들에게 텅 빈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떤 단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나면 그 단어가 뭔지 알아맞히라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어가 0.033초 만에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0.033초였을까요? 타키스토스코프 실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타키, tachy, 는 빠르다는 뜻이고 스코프 scope는 본다는 뜻입니다. 타키스토스코프 실험에서는 단어를 아주 빠르게 지나가게 하면서 인간이 그것을 인지하는지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임계점이 대개 0.03~0.05초 사이입니다. 그보다 더 짧으면 사람은 눈이 그것을 봤다고 하더라도 뇌에서는 그것을 봤다고 인지하지 못합니다.


라델과 기요텡은 허기진 사람들이 식사를 한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틀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먹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슷한 숫자의 단어를 맞췄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매우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은 배부른 사람들에 비해 음식과 관련된 단어를 훨씬 더 많이 맞췄다는 것입니다. Cake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이를 take, rake, sake 등으로 감지하지 않고, cake라는 단어로 인식한 것입니다. 라델과 기요텡은 허기진 사람들의 경우 음식과 관련된 관념이 의식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개념을 훨씬 더 빨리 파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0.033초라는 시간은 인간이 눈으로 본 뒤 인식할 수 있는 임계의 언저리에 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cake를 take, rake, lake, sake, 등 다양한 단어로 읽게 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배가 고픈 이들은 cake를 cake로 읽어냈습니다. 이것은 이들이 의식적으로 더 집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허기가 그들의 뇌를 그런 상태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비슷한 실험에서 목이 마른 실험자들은 물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잘 인식했습니다.


이런 실험들은 우리의 상태가 우리의 인식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그렇게 선택해서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알려줍니다. 0.033초는 매우 짧은 시간이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생리적 불균형에 빠져 있을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해소하기에 유리하도록 우리 뇌의 세팅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면 어떨까요? 0.033초가 아니라 이보다 긴 시간, 예를 들어 10초 정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무의식 중에 조절된 뇌의 세팅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더 정확히 우리의 뇌는, 어떤 상태에 놓이면 거기 사로잡힙니다. 이것을 영어로는 capture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무엇엔가 사로잡히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에 편향된 사고나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배고플 때 쇼핑을 가면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게 되고, 돈이 부족할 때 오히려 레버리지를 써서 투자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궁지에 몰렸을 때 급하게 뭔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인식, 고차원적 계산 외의 것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때가 필요합니다. 조금 기다리는 것, 그냥 일이 흘러가게 두는 것. 그렇게 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할 수 있는 뇌를 동원하고 조금 더 계산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실수를 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수합니다. 하지만 실수는 피할 수 없지만, 사고는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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