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란 우리가 의식하게 된 감정이다.

Emotion과 Feeling이 차이

by RayShines

감정 emotion과 느낌 feeling은 일상적으로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만큼 서로 구분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잘 구분해야 합니다.


일상적 영역에서의 감정 emotion은 나의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나에게 중요한 사건들로 인해 나에게 발생하는 일련의 반응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갑자기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외부 사건이 됩니다. 혹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심하게 붓고 오한이 느껴진다는 것 역시 나에게 중요한 내부 사건이 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열이 나고, 기침이 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몸에 생리적 반응이 거의 즉각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맞춰 사건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서 대응할지 결정을 내립니다. 직장에 전화를 해서 오늘 좀 늦겠다, 혹은 오늘은 병가를 내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느낌과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으로서의 감정은 위의 설명 중 첫 번째 반응, 즉 사건으로 인해 나에게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를 말합니다. 사건으로 인해 느껴지는 심박수, 혈압, 체온, 입마름, 동공의 크기 등의 변화 등입니다. 이는 거의 자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내가 조절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느낌은 무엇일까요? 느낌은 나의 감정, 즉 사건에 의해서 촉발된 나의 생리적, 신체적 반응을 내가 인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느낌이란 우리가 의식하게 된 감정”, “감정은 두뇌에서 의식적 현실로 떠오를 때 느낌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꽤 멋진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한 느낌을 가지지 않습니다. 화가 나서 심장 박동이 증가한 것과 가벼운 산책으로 심장 박동이 증가한 것을 우리는 완전히 다르게 느낍니다. 전자는 우리 내부에 휘몰아치는 강렬한 느낌으로 의식됩니다. 후자는 상쾌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사실 많은 경우에는 별 느낌이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걷기는 너무 일상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위에서 우리가 감정과 느낌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럼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보고서의 강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보완점에 대해서 지적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심박수, 혈압이 완만히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에 대해서 좋은 느낌으로 인식이 됩니다. 반면 보완점에 대해서 지적을 당하면 얼굴에 홍조가 일기도 하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이 한결 더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방금 들었던 좋은 느낌은 온 데 간 데 없고 칭찬으로 인해 발생했던 생리적 반응과 거의 차이가 없는 나의 반응이 화, 짜증, 불쾌, 수치심 등의 느낌으로 인식됩니다.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생리적 반응은 자동적,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번 “아 심박수가 올라갔네”, “삼투압이 올라갔네” 하는 식으로 우리의 생체 징후들을 감시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의식의 배경에서 알아서 감시되고 조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의식적으로 감지하고 해석하게 되면 그때는 불확실했던 생리적 변화들이 느낌이라는 추상적인 실체로 의식화됩니다. 추상적 실체가 구체화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우리를 강렬하게 지배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 좋은 결과 중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느낌을 너무 믿은 나머지 우리에게 왜 그런 느낌이 느껴졌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틈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덮어보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실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 내 컨디션이 좀 좋지 않은 날일 수도 있고, 어제 잠을 좀 설쳐서 예민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의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로 인해 나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음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느낌에 압도되어 하루를 망치는 일은 좀 줄어드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외로운 솔로들의 뇌에 벌어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