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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삼류 Sep 05. 2021

단편소설 속 한 단락

픽션

한적한 공간에서 익숙한 향수냄새가 난다. 누구에게서 나는 향기인지는 궁금하지않다 다만 그 향기가 다시 불러온 기억이 문제일뿐. 연준에게서 나던 냄새였다 한적하고 쾌적한 지하철에서 그 어떤 채취로도 오염되지않은 순수한 향기가 내 주변을 떠돈다. 연준과 헤어진지는 2년이 되어간다

나쁜감정은없다 내가 더 좋아했던 남자였다 그 연애에 내가 지쳐 나가 떨어졌을뿐 먼저 더 좋아한 연애는 불안할지언정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 설렘은 아직도 남아있다 바닷가 모래위에 깊게쓴 글씨는 바닷물이 덮쳐도 조금은 그 흔적을 남겨놓듯이

갑자기 덮친 향기는 바닷가위에 적은 글씨를 한번 더 덮치려는 파도를 멈춰세운다

열차는 이내 계속 달린다. 평범한 주말을 향해 나도 달려나간다. 이 공간을 떠나면 파도는 다시 밀려올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옅은 파도들로 내가쓴 글씨들을 지우고있었으니까.

이내 다음정류장에 도착한다 앞에 앉은 갈색머리 여자가 스마트폰에 처박은 고개를 들고 내릴채비를한다

나는 멍한눈으로 그녀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얼굴의 왼쪽을 향해있는 인중의 점 그리고 갈색의 머리 가끔씩 연준을 잊지못하고 그의sns를 들여다 볼때마다 함께있던 낯익은 얼굴을 한 여자는 연준의 향기를 챙겨서 열차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겠는 그 발걸음에 멈춘 파도는 다시 거세게 친다 바닷가위에 남긴 글씨는 흔적도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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