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조심스러워집니다. 혹시 내가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되어서요. 다른 사람들의 개성과 다름을 존중하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내가 하면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나는 자주 “괜찮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그 말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같습니다. 겉으론 여전히 밝지만, 그 안에서 작은 불씨는 흔들리고 있었어요. 음식이 고를 때도 “다 좋아”라고 웃었고, 불편한 일을 대신 처리하며 ‘이게 더 낫지’라며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하고 싶던 일도 “굳이 안 해도 돼”라며 미루고 칭찬을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려 얼버무렸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들킬까 봐 깊숙이 숨겼어요.
조금씩 내 모습이 흐려지는 걸 느꼈습니다. 나는 누구였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했을까. 어설픈 말 속에 나를 덮어두는 사이, 나는 내 마음을 잊어가고 있었던 걸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냥 너답게 살아.” “스스로를 사랑해야 해.”라고 말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도, 책의 문장도, 베스트셀러의 제목도 그렇게 말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정말 괜찮은 걸까요. ‘괜찮아요’라는 말에는 수많은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상대에게 건네는 위로일 수도 있고, 스스로를 달래는 자기 위안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을 너무 자주 쓰다 보면, 진짜 감정을 마주하지 못하고 욕구를 눌러버리게 됩니다.
대화는 얇아지고, 관계는 희미해집니다. 짧은 세 글자지만, 그 안에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마치 촛불을 덮는 유리컵 같아요. 불은 꺼지고, 더 이상 숨 쉴 수 없는 상태로 남아요. 그래서 요즘 나는, 다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대신 “조금 아쉬워요.” “괜찮아요” 대신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처음엔 ‘괜히 말했나’ 싶을 때도 있었고, ‘내가 이런 말을 다 하네’ 하고 놀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내 마음은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한 줄기 촛불처럼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새로 만난 사람에게 “밥 같이 먹어요”라고 먼저 연락도 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웃다 보면, 내 안의 숨결이 조금 더 자유로워집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걱정과 설렘이 뒤섞였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 안의 새로운 불씨를 깨웠어요. 내 생각과 느낌을 말해도 괜찮다고. 오히려 표현할 때, 대화의 문이 열리고 마음의 불빛이 환해진다고.
그 속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느끼는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진심을 말하는 일은 타인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촛불을 지켜주는 일이에요. 때로는 불빛이 흔들릴지라도, 그 빛은 여전히 서로를 비추어 갑니다. 이제 나는 서둘러 내 마음을 덮지 않으려고 합니다. 흔들리면 흔들린다고 말하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려 합니다. 그 진심이 남긴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며,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촛불 곁에서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빛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