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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17. 2022

안정병동 (폐쇄병동) 첫날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지난 주 화요일부터 어제까지 안정병동(퍠쇄병동)에 입원했다. 내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폐쇄병동이라는 단어 대신 안정병동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 입원 전날까지 계속되는 자살충동에 약을 많이 먹고 죽으려다 적당량(?)의 과복용을 한 후 다음날 내가 먼저 병원에 전화를 했다. 대기라는데.. 2주째 연락이 없고.... 나는 계속 과복용하고.. 도저히 안되겠단 생각에 병실 자리 난 곳 있는지 전화를 했는데. 그 날 자리가 있다고 해서 바로 낮 12시까지 오라고 했다. 부랴부랴 전화를 끊고 준비물품들을 대충 챙겨 집을 나섰다. 원래 다니던 정신과 병원의 의사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가려고 병원에 갔는데, 대기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아쉽지만 푸우선생님은 만나지 못한채 입원을 하러 가야 했다. 이 날은 엄마가 일하는 날이라 엄마 몰래 엄마집에 들러 필요한 배낭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아빠는 휴무였는데 1박2일로 놀러를 가서 혼자 가야 했다. 자의입원이니 보호자가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코로나 관련 폐 x-ray 를 찍고 기다렸다. 폐가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와 병동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가자마자 물품검사를 한다. 내가 들고 온 모든 짐을 카트에 하나씩 꺼내어 간호사가 반입되는지 아닌지 판단을 하고 일부 물품은 압수를 당했다. 거울이나, 거울이 포함되어 있는 팩트 같은 것. 필통에 챙겨온 날카로운 볼펜, 유리 머그잔 등을 모두 빼앗겼다. 볼펜과 머그잔을 빼앗길땐 정말 망연자실했다. 저 볼펜 글씨 잘써지는데... 머그잔 없으면 어떻게하지? 하는 걱정으로 가득찬 채로 환자복을 갈아입고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병동 구경을 마치고 병실로 들어갔다. 3인실 이었다. 하필 그 때가 점심식사 시간이라 나는 라운지에서 점심을 먼저 먹었다. 다른 환자들 두 명이 앉아서 먹고 있었고, 나는 그 틈에 끼어 어벙벙한 표정으로 점심을 먹었다. 긴장한 탓인지 밥이 무슨 맛인지도 느껴지지 않은 채 조금 먹고 남겼다. 이후엔 병실로 돌아와서 사물함에 짐정리를 차곡차곡했다. 모든게 낯설고 어색해. 이상한 공기를 느꼈다.


짐정리를 마치고 할 일이 없어서 간호사에게 이제 뭐하면 되냐고 물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따 주치의랑 교수님 오실거라고, 우선 그 전에 자기랑 면담을 좀 하자고 말했다. 음..... 간호사도 면담을 하는구나. 간호사를 따라 면담실로 갔는데, 간호사는 나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긴장이 됐다. 왜 죽고싶은지, 왜 자살시도를 했는지 등에 대해 간호사가 물었지만, 나는 대부분 침묵을 지키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 앞에서 마음 털어 놓는건 여전히 너무 어렵다. 내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아서인지 면담은 그리 길지 않게 끝났다.

이후엔 교수님이 다녀가시고, 주치의 면담도 진행됐다. 주치의는 조금 더 빨리 와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다. 코로나 검사 되게 힘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교수님과 주치의 모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너무 기계로봇 같잖아! 하곤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첫날부터 너무 갑갑하고 답답해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 뿐. 핸드폰을 못하는 생활에 적응이 좀처럼 되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리고 더 필요한 물품이 있는데 아빠가 놀러를 가서 갖다 줄 수 없으니 또 짜증이 났다. 다이소에서 산 실내화는 신다보니 발이 너무 아파서 발에 상처가 나고 있었고, 물을 마실 컵도 없었고, 글씨를 쓸 펜도 없었고. 하나같이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첫날은 병실의 다른 친구들과도 말을 섞지 않았고, 병원의 다른 어떤 환자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약간의 고립감과 외로움 속에 첫날 밤이 지나갔다. 내가 내 발로 걸어들어온 게 후회될 정도로 답답하고 갑갑했던 첫 날.


충격이었던 것은, 병동에 있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이 안나온다는사실............!!

커피 마셔도 되요? 하고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여기는 뜨거운 물 안나온다고.......;;;;;; ㅅㅂ 별개 다 금지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존나 어이없고 당황했네. 뜨거운 커피는 못마시고 차가운 물에 녹는 커피만 마실 수 있다니........;;;; 여기가 정말 안정병동이 맞긴 하구나..... 하고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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