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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2. 2022

20200705 일요일: 분노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아 이야기 듣기 너무 힘들다. 씨발. 꼭 집단이 아니어도 얘길 들어줘야 할 상황이 생기네. 후... 너무 피곤하다. 왜 다들 나한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놔.. 대체 왜.... 같은 병실 친구는 말이 너ㅡ무 많다. 제 말만 한다 게다가. 제 할 말만 쭈ㅡ욱. 시발 졸라 피곤해. 그래도 어제 KM이는 내 말도 듣고 지 말도 했는데. 시발 좆같아. 쟤는 지 말만 하면 땡이야 아주. 내가 뒷얘기 더 있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지얘기... 졸라 이기적인 년...... 나이많은게 죄인건지. 지 얘기만 들어주길 바라는게 정말 너무 너무 싫다. 아무도 내 얘길 궁금해하지 않아..... 다시 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날 궁금해하지 않는데 이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이니까.. 하고 생각하니 조금 낫다. 집단에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집단에서는 그렇게 관심받고 싶었는데, 여기서는 조용히 없는듯 지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없는듯 조용히.. 어차피 곧 퇴원할거니까. 그냥 빨리 퇴원하고싶다는 생각만 든다. 밥이 삼시세끼 나오니까 꾸역꾸역 먹고는 소화가 안된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였다. 1/3 정도 밖에 먹지 않는다. 그런데도 끄윽끄윽 하며 소화가 안된다는 소리를 낸다. 더 줄여야되나 먹는거... 몸무게를 재 봐도 처음이랑 똑같은데.. 제발 2키로만 더 빠져라.. 40키로이고 싶다. 식사량 체크하니까 걸리려나.. 모르겠다. 밥 때 되면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다. 거식증 모드... 주치의 귀에 들어가려나.. 모르겠다.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일요일 밤이 지나가고있다. 6시 반. 약먹기까지 2시간 남았다. 하 힘들다.. 그냥 지금 약먹고 자고싶다. 제발. 빨리 내일이 왔으면.. 물론 내일이면 병실 동생 MJ는 퇴원하겠지만, 주치의 면담이 있고 교수가 내 상태 review 한다고 했고, 심리검사도 마저 끝내야하고. 할 일이 많단 말이지... 그리고 아빠가 과일도 갖다줄거고.. 빨리 자고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다. 폰없고 사람들과 연결감 없는 이 생활... 정말 너무 힘들다....ㅜㅜ 







일요일에는 같은 병실을 쓰는 SY 에게 무척 화가 났었다. 이 친구는 남자 문제 때문에 쉬러 들어온 아이... 특별히 정신과적인 질병도 이슈도 없다. 그냥 잠시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 의지로 입원시켜달라고 했다고 한 아이다. 근데 정신과적인 문제도 없는 애가 왜이렇게 자기 얘기만 쏟아내기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병실에 들어올 때 마다, 내얼굴만 보면 자기 상태가 어떤지 뭘 했는지 뭘 할건지 등등을 나에게 보고하듯 쏟아낸다. 속으로는 계속 안궁금하다고 씨발년아!!!!! 닥쳐!!!!!!!!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욕을 하진 못하고 그냥 시선을 먼 곳에 둔다거나 제대로 반응하지않는걸로 복수했다. 아무도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관심갖지 않는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너무 멀쩡한 상태로 있었어서 그런지... SY는 계속 내게 언니는 여기 안왔어도 될 거 같은데... 하고 말하는데 그것도 빡쳤다....... 하.... 니가 내 죽고싶은 충동을 알기나 해?? 겉은 멀쩡해도 속이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 알기나 해?? 너야말로 입원을 안해도 되는거지. 넌 환자가 아니잖아. 그냥 잠깐 남자 문제로 스트레스 받은거고, 검사 결과에서 정신과적 질환도 없다며 이 씨발년아. 진짜 열빡쳤다. SY와 대화를 하면 계속 나의 힘든 것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괴로웠다. 입원결정도 얼마나 큰 결심이었는데. 회사도 때려치우고 온 거였는데. 나를 잘 모르는 이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서럽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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