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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Dec 02. 2022

20211202 목요일: 주치의의 세심함

두번째 입원: 20211130~20211208

이번 입원에서는 왠지모르게 주치의쌤과의 면담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좋다. ㅎㅎ 오늘도 한시간 가까이 면담한듯. 전에 입원했을땐 30분 정도였는데.. 1시간 면담이라니 정말 너무 좋다. 오늘 면담에서는 최근 내 상태가 다시 안좋아진 데에 영향을 미친 것들에 대해 내가 종이에 적어온 것들을 보며 함께 이야기했고. 중간에 쌤이 콜이 와서 떠나셔야했지만 20분쯤 후에 다시 오셔서 면담을 이어갔다.


주치의쌤도 교수님처럼 나한테 놀란게 뭐냐면 분명 여기 대학병원 와서 치료받고 호전된게 있는데, 전혀 없다고해서... 라고 말했다. 주치의 말로는 내 극심했던 감정 기복이 조금 줄어든 것도 같다며 그래프를 그리며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기분 그래프를 그려보라기에, 약간 조증이 더 두드러지게 그래프를 그렸더니 주치의가 웃으면서 이건 뭐냐고, 하기에 내가 좀 즐거워야죠~ 하고 말았다. ㅋㅋ 또 주치의는 지금 내가 앓고 있는 조울증이라는 병이 통찰하는게 참 어려운 병이라고 말하며,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나아졌는지를 깨닫는게 어려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인관계 스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주치의 의견으로는 나의 대인관계 스킬도 1년여 전과 비교했을때 훨씬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이 부분 교수님도 이야기 했는데. 회사에서 별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시지 않냐.. 뭐 불편감이야 마음속에 있을수 있겠지만, 그래도 겉으로 봤을때, 누군가랑 싸운다던지 하는 등의 큰 문제? 회사에서 짤릴만한 문제 가 없지 않냐고 이야기 해서... 그러긴 하니까 수긍이 되었다.


입원을 하면 소변검사를 하는데, 오늘 주치의가 소변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혹시 식이제한을 많이 했나요? 하고 내게 물어서 놀랐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했지만, 입원 하기 전 1주일간은 폭식을 했어서... 주치의는 소변검사 수치가 거의 굶음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



면담하기 전에 같이 면담실로 주치의랑 이동했는데, 면담하면서 주치의가 묻더라. 혹시 걸을때 자기가 걸음이 너무 빨라서 따라오기 힘들지 않았냐고... 솔직히 좀 놀랐다. 너무 섬세한 부분을 챙겨주는것같아서. 내가 다리에 장애가 있어 걸음이 느리다는 사실을 계속 인지하고 있었는지... 보통 잊기 마련인데...주치의의 이런 세심함에 항상 반하고 만다. ㅜㅜ


이날 면담에서는 추가로 약 조절 이야기를 했다. 지금 리튬과 데파코트 중 하나의 약물을 증량할 예정인데.. 어떤걸증량할지 교수님과 의견을 나누어보니, 그냥 약을 실제 복용하는 환자분께 물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주치의는 리튬과 데파코트의 장,단점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해주었다. 리튬은 자살충동을 멎게 하는데 특히 효과가 좋고, 데파코트는 기분의 들쑥날쑥함을 조절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단점은 리튬은 갑상선 수치가 올라갈수있고, 데파코트는 살이 찔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엄청 고민을 하다가, 그냥 데파코트를 늘리기로 정했다. 또 약 조절 문제때문에 삐약쌤 병원에도 전화를 하려고했는데. 번호를 몰라서 못했다고 말해서 웃겼다 ㅋㅋㅋ 아니 쌤, 요즘같은 인터넷 잘되는 시대에... 병원이름 검색하면 번호 다 뜨는데 번호를 모르신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주치의 의외로 허당이네 싶어서 웃겼음 ㅋㅋㅋ 약 조절 관련해서 내 의견을 물은것은 나쁘진 않았는데 나도 굉장히 곤란하고 어려운 선택이라 그냥 지들이 정해주지! 라는 반발심도 조금은 들었다.


면담 후에는 같은 병실 ㅅㄱ 씨와 수다 삼매경이었다. ㅎㅎ ㅅㄱ씨와 노는게 좋아서 걍 개방병동 안가고 싶은데..ㅜㅜ 주치의가 예약 걸어뒀다니... 곧 차례가 오긴 하겠지.... 그래도 오늘은 시간이 꽤 잘 간 것 같다. 주치의 면담 1시간에 ㅅㄱ씨와 수다에 밥먹고 꽤나 좋은 생활을 한 듯 ㅎㅎ 그런데 상담쌤과 삐약쌤이 무척이나 보고싶다. ㅜㅜ 참 오늘은 ㅇㅅ언니와 전화도 했다. 저녁무렵에는 PT 쌤과도 통화하고 ㅋㅋㅋㅋㅋ 나름 잘 보낸 하루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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