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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Dec 18. 2022

20211204~05 토일: 심심하고 무기력한 주말

두번째 입원: 20211130~20211208

12/4 토요일 

개방병동에서의 둘째날. 잠을 좀 설쳤다. 그래도 일찍 일어났더니 졸려서 밥먹고 씻고 다시 잤다. 침대와 한 몸이 된 듯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왜캐 나른하고 졸리는지.. 후.. 밖에 나가고싶은데 주치의 올까봐 나가지도못하고.. 젠장 오전에 온다며 왜 안오는건데!! 날 시험하는건 아니겠지? 아 정말 기다리기 힘들어. 그래도 여긴 밥먹는 식탁이 침대에 붙어있어서 좋다. 폐쇄에는 이런것도 없고.. 아 햇볕이 너무 잘 들어서 병실이 너무 덥고 답답하다. 


점심 먹고 한 30분 산책다녀왔다. 병원 내 산책이었는데도 꽤 쌀쌀했다. 산책하면서 아이스라떼도 사먹었다. 병실이 너무 더웠어서 시원한게 필요했다. 산책 마치고 돌아오니 딱 주치의가 회진 돌고 있더라. 오늘의 면담은 토요일이라 짧게 할거라며, 걍 복도에 서서 5분 정도 말했다. ㅜㅜ 넘 시러 짧은 면담 흑흑. 글고 안좋은 소식은... 담주 수목금이 주치의 휴가라는 점. 목/금 중에 퇴원할까도 생각했는데 주치의 휴가소식에 걍 수요일 퇴원을 희망한다고 했다. 쌤이 없으면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ㅋㅋ 주치의는 아니라고, 다른 분이 와서 더 잘 봐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나는 싫은데.. 하고 약간의 떼를 부렸다. 그래도 주치의 전혀 당황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더라.. 으어 낼은 주치의도 안오고.. 심심한 일요일이 될 예정이겠지? 그래도 아이패드랑 키보드도 다 있으니 글이나 써볼까 싶기는 하다. 수요일 퇴원일정 정해지고서 바로 삐약쌤 병원에 전화해서 목요일 진료 예약을 잡았다. 글고 그날 산부인과 진료도 같이 잡아서 목요일 좀 바쁠듯하다. 금요일은 상담쌤 만나러 간다~ 수욜은 퇴원해서 좀 쉬려고 한다. 집에서 짐 풀고 좀 쉬려고... 제발 엄마가 지랄만 안했으면 좋겠다. 엄마라는 시한폭탄이 넘무섭다ㅜㅜ 


흠.. 입원해서부터 상태가 너무 안정적이라 놀라고 있다. 역시 내게 현실세계는 자극이 무척 되었나보다. 자극없는 세상에 오니, 너무너무 좋다. 진짜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죽을날짜.. 다담주로 정해놨는데 아마 못죽겠지?ㅜㅜ 지금도 일단 죽을 마음이 없다... 참 신기하다.. 병원서 안정되어 그런지 진짜 힐링하는 기분.. 개방병동 너무 좋다 ㅋㅋㅋ 폐쇄에 남은 애들은 뭐하나.. 궁금하기도 걱정되기도 한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렇게나 정이 들다니 ㅋㅋ 정말 믿을수 없이 밀도가 짙은것같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는. ㅅㄱ씨, ㅅㅁ씨랑 연락처도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냥 뒀다. 정들었던 사람들이 조금 보고싶고 조금 외로운 지금이다. 삐약쌤과 상담쌤이 보고싶다. 담주면 만나겠지만 물론 ㅎㅎ 퇴원하면.. 주치의랑은 또 조금 멀어지겠지? ㅜㅜ 그래도 매 달 볼 수 있는게 어디야.. 아 심심하다.. 사람들이랑 수다를 떨고싶다ㅜㅜ 폐쇄에 있을걸 그랬나.. 그래도 이번에 개방병동도 경험해보는건 좋은것같다. 


담주가 되서 삐약쌤, 상담쌤을 만나는 건 좋은데.. 회사 갈 날이 머지 않아있고, 또 엄마랑 마주할 생각을 하니 정말 벌써부터 스트레스다.ㅜㅜ 망할 현실 망할 엄마 망할 회사ㅜㅜ 진짜 병원에 1년쯤 입원해있고싶다.. 돈만 많으면 말이다 정말로..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무섭고 자신이 없다. 다시 또 회사에 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ㅠㅜ 나 정말 자신이 없어.. 걍 죽고싶어... 어디 멀리로 도망가고싶다. 탈출하고싶다. 이노무 스트레스!! 어쩌지 정말로ㅜㅜ 상담쌤을.. 수요일에도 만날지 고민중.. 주말 보내보고 너무 괴로우면 수요일도 만나달라 해야겠다 흑흑. 개방에 오니 약간은 현실적인 문제를 또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일단은 핸폰을 한다는 것부터 이미 현실세계ㅜㅜ 으어어 폐쇄에 있을걸그랬나ㅜㅜ 넘나 괴롭고 힘들다.. 


또 산책 다녀옴. 이번엔 1시간정도 충분히 여유있게. ㅎㅎ 병원 내 산책이지만 숨통이 트인다. 아빠랑 길게 통화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흠흠.. 걸으면서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하나 보내고.. 진짜 하루에 4번 정도는 산책을 해야할 듯. 이따 또 나갔다 와야지. 후후. 개방병동의 간호사도 무척 친절한 것 같다. 아까 산책 다녀온 후에 나를 불러세우길래 몇마디 나누었는데, 따뜻하고 친절했다. 진짜 ㅇㅇ병원 간호사들은 왜캐 다 친절한건지.. 정신과만 이런가?? 여튼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아무리 요양 중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병원은 병원이라.. 갑갑하긴 한것같다. 그냥 누워서 멍 때리는게 좋은듯. 침대에 오면 자꾸 눕게 된다. ㅜㅜ 책은 많이 들고 왔는데 정작 읽은 책은 단 한 권 뿐 ㅋㅋㅋㅋ 역시 책 가져와도 안읽는다니까- ㅋㅋ 


옆자리 아줌마(?) 랑 말을 텄다. 자꾸 나한테 말걸어서 결국 얘기 조금 함. 뭔가 되게 심심하셨었나보다.. 나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참 많이도 했다. 좀 귀찮긴해도 말 튼게 조금 재밌어서 계속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옆사람과 말을 트고 나니 왠지 모르게 여기가 폐쇄처럼 느껴졌다. 





12/5 일요일 

후.... 오늘은 진짜 잠만 자고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오전-오후 내내 자서 간호사가 계속 걱정됐는지 나를 깨우러 오기도 하고 대화를 걸기도 했다. 후... 간호사쌤 뭔가 나를 밀착 관리해주는것같아서 좋았다. 오늘은 PT쌤도 잠깐 놀러와서 만나고, 아빠도 만나고, 저녁 5시 즈음 부터는 우울한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는것같다. 5시 전까지는 정말이지 축 늘어져서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우울했었다. 낮에 PT쌤이 놀러왔는데도 자느라 전화도 늦게 받고 겨우 나가서 우울감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쌤이 나를 참 안쓰럽게 봤었다.. 말수가 줄었다고.... 여튼 일요일은 주치의도 일을 안하다 보니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우울했었나보다. 거기에 더해져 당장 다담주부터 회사 갈 생각에 더 우울하고 무기력. 


오후에 메일함 확인해보니 상담쌤도 걱정이 됐는지 메일이 와 있었다. 후. 간단히 상태보고에 대한 회신을 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이제 밥먹었으니 또 산책 다녀와야지. 오늘의 마지막 산책. 오늘도 일찍 자려나. 어제 코골아서 옆에있던 친구가 나한테 뭐라 했는데.. 아까 사과도 하고.. 그런데 그 친구가 그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하면서 자기가 귀마개 하면 된다고 해서 더 미안했네.. 이놈의 코골이 어쩌냐 진짜.. 어제 그렇게 피곤했나? 오늘은 제발 코골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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