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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Jun 03. 2023

221019 수요일: 자살사이클

세번째 입원: 20221018~20221029

지옥같은 긴 새벽이 끝났다. 늦잠잘줄알았는데 8시 안되서 일어났다. 선잠을 자면서도 희한한 꿈을 꿨다. 쉐리... 엄마 쉐리 키울꺼야? 키우지 뭐.. 했고.. 다음장면 꿈에서는 엄마는 무척 우왁스러웠다. 내가 오줌을 싸고 나오자 엄마가 음흉하게 웃으면서 우리는 이제 부자가 될것이다!!! 했다. 와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새벽 2시엔 깨서 다시 비상약을 먹었다. 먹고도 한참 잠이 오지 않았다. 곤혼스러웠다. 잠을 자는게 너무 힘들어. 그리고 너무너무 추웠다. 이불이 터무니없이 너무 얇은것.... 환자복 두 겹 껴입고 이불 덮고 자는데 어찌나 춥던지.... 





주치의 면담 


조금 이른 주치의 면담. 엄청 오래한것같음 ㅎㅎ 


지금 이 치료의 목적은 위기관리. 힘든 부분들을 점프해보자고. 파도가 계속 치는데 그 파도를 덜 아프게 맞을지, 아니면 잘 탈수있게 할지 둘 중 하나를 하려고 하는 거라고했다. 주치의는 이 파도는 왔다가 가는거다 라고 했는데, 나는 아니다, 계속 온다.. 파도가 계속 치는것처럼 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주치의가 한 말이 파도를 덜 아프게 맞을지, 아니면 잘 탈수있게 할지..... 해야한다고.... 주치의는 날 보자마자 어제 밤에 또 많이 힘드셨나보다고 말했고, 나는 간단히 어제의 상황을 전했다. 어제 오후~저녁즈음에 불안이 크게 올라와서 안면근육이 덜덜 떨리고 무릎에까지 영향이 가, 무릎이 조금 떨리면서 저렸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안면근육이 떨리는건 긴장상황일때 그럴수 있는데, 혹시 긴장되는 상황은 없었냐 물었고 나는 사실 그게 교수님 만나서 이런저런 커밍아웃? 한 후로 불안이 올라오고 근육이 떨리기 시작했는데 그 사실을 숨겼다. 전혀 긴장상황은 없었다고 말하자, 주치의는 약물 부작용일수 있겠다고 말했다. 일단 부작용방지제를 먹고 한번 지켜보자고. 그리고 약은 삐약쌤이 아예 6~7시에 먹는걸로 하자고 했었다고 하니, 주치의도 그 아이디어가 괜찮은것같다며... 오늘부터 나 저녁약 먹는거 시간 유동적으로 만들어놓을테니까 일찍 약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 얘기도 했는데, 나는 엄마가 나 여기서 입원하고 퇴원하면 뿅 하고 다 나아서 집에 오는줄 안다고... 했더니 주치의가 부담되겠다며.. 공감해줬다. 또 주치의나 교수님이 나한테 기대한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 그것도 부담된다고 하자 주치의가 아 그건 제가 잘못했네요ㅜㅜ 하고 말했는데, 내가 그 기대에 대해서.. 그 기대를 꺾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하니 엄마한테도 그런 마음이 드냐, 하길래 엄마는 내가 죽어봐야 후회하겠지? 라는 마음이 든다고 하니, 주치의는 자기나 교수님한테 드는 마음이나 엄마한테 드는 마음 두 가지가 비슷한듯 다르네요 하고 말했다. 


또 나는 지친다는 것을 말했다. 치료받은지 6년, 병원도 두군데나 다니고, 약도 먹고 상담받고 입원까지 다 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지 않냐... 계속 죽고싶기만 할 뿐 이라고 하자, 주치의는 지칠수있겠다며 공감해주고..... 내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준게 고마웠다. 그리고 나아질 수 있다고,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게 주치의 의견이니, 좀 답답하지만 속는 셈 치고 믿어봐야겠지? 그리고 엄마한테는 지식적인 정보 전달이 먼저 필요하겠다며, 엄마한테 전화해서 병원에서 면담 진행하겠다고 했다. 엄마한테 이번에는 어떻게 입원하는거 말했냐고 묻길래 최근 엄마와의 변화들을 말했다. 엄마랑 싸우면서 엄마가 날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던것. 같은 변화들 말이다. 주치의는 나보고 입원한다 말한거 용기냈다며... 대단하다고 하면서... 내가 용기를 냈기 때문에 엄마한테 자기가 전화를 해서 면담을 할 기회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토리에 대해서도 말했다. 불안에 대한 스토리를 찾는 일. 아직까지는 불안에 압도당하고 있어서 스토리 찾기가 어렵다고...... 주치의는 스토리라는 표현이 좋은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한테 전화했고 3***으로 시작하는 번호 전화오면 받으라고 해뒀다. 주치의 만나야 한다니 별 거부감 없이 목요일 시간된다고 했다 ㅋㅋ 


교수님 진료 20분 가량? 주치의랑 같이 오셨음. 






교수님 면담 


교수님은 주치의랑 같이 오셨다. 약 20분정도 면담했나? 여튼 우리는 자살사이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말 같은 곳으로 돌아온 게 맞는지? 이 사이클이 계속 똑같이 돌아서 같은 곳으로 도착했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자기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환자 중에 나처럼 자살충동에 시달리던 환자가 있는데... 입원도 많이 하고 그렇게 치료를 받다가 어느날 이 환자가 상태가 조금 나아지니까, 교수님이 하고싶으신거 여행 있지 않았어요?? 했더니 그렇죠 제주도 여행 가고싶어요.. 그런데 여행가려면 돈이 있어야하고 알바를 해야할거같고 근데 제 나이에 알바를 할순없고 취업을 해야할것같네요? 라고 생각의 흐름이 옮겨져 가다가, 환자가 하는 말이 그런데.. 제가 지금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을 하고 있네요? 라고 말하다가 웃었다고 했다. 교수님은 이 환자는 자살추동이라는 큰 고민을 안고 살다가, 평범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니 좋아했던것같다며. 정말 이 입원해서 상태가 안정되는게 희망고문인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입원해서 잠시 반짝 상태 안정되는건 희망고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상태가 반짝 좋아지는거의 단점이 있냐고도 물으셨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자살사이클을 돌기는 하지만, 계속 같은 곳으로 떨어졌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나는 이날 면담에서 상담쌤이 내 삶에서 죽음이라는 도피처가 사라지면 삶이 더 힘들어질거라는 말을 했고. 교수님도 어느정도 동의하셨다. 죽음에 대한 고착된 생각이... 죽음이 긍정적인 무언가라면, 그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것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샤 리네한 자서전 읽어보라며.... 추천해주셨는데 책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하셔서 정확히 무슨 책인지는 모른다. 얼마 전에 천국에 가서 폭신폭신한 구름 위에서 행복했다는 얘기도 했는데 교수님은 정말 하늘나라가 그렇게 행복할까요??? 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하늘나라가 나에게 그런 이미지라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겠네요 하고 말했다. 



자살사이클은.. 사회복귀 이후에 네모칸... 뭔가가 더 있어서 다시 충동으로 돌아가는것같다고 하셨는데... 그 뭔가에 대해서는 몇일후에 같이 이야기 했다. 





후루꾸 사회복지사가 될지 정말 알수없어. 방금 같은 방 아줌마랑 수다떨면서 산책했는데. 이 아줌마, 뭣도 모르고 계속 사회복지사하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모르겠다 생각이 또 복잡복잡. 이제 마음도 많이 안정됐고 개방병동 가도 될것만 같단 말이지~?? 슬슬 보내달라고할까? ㅋㅋㅋ 오늘은 불안도 많이 줄었지 자살사고도 거의 없지. 아주 괜찮은데?? 이얏 괜찮은듯!! 



엄마가 과연 전화를 받을까? 지금 운전증이라는데.. 으음.. 안받을듯? 흠.. 과연 엄마가 병원에 올까? 정말 모르겠군... 흠.. 휴우.. 엄마 모시기 참 어렵다 어려워ㅜㅜ 엄마는 무슨생각일까 도대체?? 하 정말 미치겠다.. 에고에고.. 이제 개방병동 가고싶다 ㅋㅋㅋㅋㅋㅋ 과연 교수님이 OK 해주실까? 음.. 해 주실것도 같은데?? 암튼 상태 나아졌다. 병실 아줌마랑 열심히 진로 얘기 하고 나아졌다 ㅋㅋ 공짜 케어 ㅋㅋ 무료 힐링 무료케어 ㅋㅋㅋㅋㅋㅋㅋㅋ 5시 반까지 뭐하지? 일단 불안은 사라졌다. 그런데 그 교수님 실험 안내 왜 안오지? 


저녁 전, 상담쌤한테 전화 걸어봤는데 받으셨당 ㅎㅎ 다만 바쁘신지 짧게 밖에 통화 안된다고 하고 끊으셨다 ㅎㅎ 보고싶다는 말을 못했다... 좀 더 길게 얘기하고싶었는데 아쉽 ㅜㅜ 글고 개방병동으로의 이동 문제는 폐쇄에 계속 있는게 더 낫지 않냐고 의견 주셨다. 짧았지만 그래도 전화받아주셔서 감사했다 ㅎㅎ 


이제 저녁먹고 6시.... 뭐하냐 진짜 ㅋㅋㅋㅋ 그리고 7시엔 저녁약을 먹는다. 오늘밤은 좀 무사하기를... 



교회얘기 ㅋㅋㅋㅋ 같은 방 아줌마랑 낮에 얘기하는데 옆방 보호자가 와서 껴도 되냐고 얘기해서 ㅋㅋㅋㅋㅋ 그렇게 낮에 간증듣고, 저녁에도 옆방 보호자 아줌마랑 교회 관련 수다 + 간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ㅅ언니와의 15분 가량 통화! 오늘 어제 어떤일 있었는지 얘기하고 교회 간증얘기 ㅋㅋㅋㅋㅋㅋ 언니도 신기하다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만났냐고... ㅋㅋㅋ 글고 언니가 부럽단다 호캉스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기요...^^ 여기서 편하다 생각만 말고 이걸 안고 어떻게 다시 사회로 복귀할지를 생각해보라고 언니가 말했다. 어떻게 떠안고 갈 것인가....... 






**오늘의 약 복용 


아침: 리스페달 1mg

점심: 리스페달 2mg 

저녁(7시): 리튬 600mg / 리스페달 2mg / 쎄로켈 50mg / 부스피론 10mg / 인데놀 20mg 

비상약: 쎄로켈 25mg 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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