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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May 01. 2023

221018 화요일: 저 교수님 싫어해요

세번째 입원: 20221018~20221029

나는 오늘 입원했다. 날씨가 아주 추웠다. 겨울 옷을 입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병원에 왔다. 심전도와 가슴 X-ray를 찍었다. 특히 심전도는 대기가 아주 길었다. 심전도를 하고 나니 엄마가 왔다. 일하다가 빈 시간이 생겨 왔다. 엄마는 내 짐을 모두 들었다. 같이 커피를 마셨다. 엄마는 나에게 이번 한번만 더 입원하고 싹 나아서 와라 라고 했고 나는 희미하게 웃음지었다. 엄마는 웃지만 말고~ 라고 했고. 뒤이어 삐약쌤 병원에 이제 가지 말라고 했다. 너무 멀다고.. 이 대학병원에만 1달에 한번씩 오란다. 어이가 없었다. 엄마에게 이런 말 하려고 왔냐 물었다. 엄마는 그냥 왔지, 하고 말했다. 나는 입원한다고 뿅! 낫는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엄마가 그 말에 뭐랬더라? 여튼 엄마가 내가 싹 나아서 오길 바라니까 엄청 부담이 됐다. 헤어지기 전, 엄마는 나에게 밝아져서 와! 라며 나를 힘껏 꽉 껴안아 주었다. 약간 마음이 찡-했다. 


낮 12시, 병동에 올라갈 시간이 되었다. 6층의 나무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긴장하며 서 있었다. 간호사가 나왔고, PCR 검사 결과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확인 후, 나는 다시 익숙한 ㅇㅇ병원 안정병동에 왔다. 일단 짐을 간호사 스테이션에 풀어놓고 간호사와 간단한 면담을 하고 설문지도 작성했다. 면담 후에는 물품검사. 이번에 3번째 입원이라 나는 뺏긴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가 아니라, 딱 하나 뺏겼다. 바로 머리빗. 플라스틱 머리빗이 안된다니... 매년 사고가 나면 규정이 바뀌어서 안될수도 있다고 간호사가 설명하고 빗을 빼앗긴 채로 물품검사가 완료되었다. 이제 머리는 어찌 빗지? 젠장.....


마침 점심시간이라 나는 점심을 먹고 내 개인 사물함에 물품정리를 하고, 주치의와 면담을 했다. 





주치의 면담 


최근 나를 괴롭게 한 불안이라는게 뭔지 상세하게 말해달라... 


나는 한숨을 쉬며 설명하기 곤란해했고... 대충 가만히 있기 어렵고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불안이 계속 올라온다고 설명. 마치 조증때 겪은 불안이랑도 비슷하다고 했다. 근본적원인으로는 앞으로의 미래, 진로 같은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주치의가 자꾸 물어보니, 9~10월 사이의 일들을 말하게 되었다. 공단 취업 결심하고 공부 시작하면서 졸림 현상이 지속되었고 일상이 어려울 정도로 영향을 미쳐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내가 정말 공단에 취업하고싶은지 부터 확인해봐야겠다고 했다. 나는 공단이 아니면 앞으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고, 주치의는 사회복지사는요? 하고 물었고 나는 어느 길이나 순탄치 않고 힘드니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했다. 주치의는 앞으로 여기서 매일 대화하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더 얘기 나눠봤음 좋겠다고 했다. 주치의가 다른 질문 없냐고 해서 나 담당 교수 바뀐거같다 했더니 자기가 바꿔달라 했다고 ㅋㅋㅋㅋㅋ 내가 백ㅇㅇ교수 워낙 싫어하니까 ㅋㅋㅋㅋㅋ 근데 약간 아쉬움이 든건 뭘까? 모르겠다. 그리고 불안이 계속 올라오는 이유는 리스페달 증량한 것에 대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간호사한테 주치의한테 전해달라고 하면서 피검사 안하고싶다고 했다. 간호사가 다시 와서 꼭 해야한다더라 라고 설명했는데 내가 계속 싫다고 거부하자 주치의가 직접와서 다시 면담을 했다. 리튬 농도 체크는 기본중의 기본이라면서. 꼭 해야한다며.. 리튬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꼭 해야한다고 나를 설득했다. 결국 알았다고 했는데 새벽 6시에 잠도 덜깼는데 피검사 받는 느낌이 불쾌하다고 하자 주치의가 알겠다고 그럼 아침 9시에 하겠다고 말해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 같은 병실에 친절한 아줌마가 있어서 좋다. 이 병실에 나랑 둘 뿐이네 ㅋㅋ 






교수님 면담 


내가 싫어하는 백ㅇㅇ교수가 날 찾아왔다 ㅋㅋㅋㅋㅋ 날 부르는데 깜놀해서 네? 저요?????? 하고는.. 교수 바뀐줄알았는데 안바꼈네....ㅜㅜ 궁시렁거리면서 교수를 따라 면담실로 들어갔다. 교수는 이번에 힘들어지게 된 요인에 뭐가 있는것같냐 물었고.. 최근 시험 준비중이셨다는데 맞나요? 하고 묻길래 대강 이야기 하고 하이라이트는 저 사실 교수님 싫어해요... 하고 솔직하게 오픈한것. ㅋㅋㅋㅋㅋㅋ 교수님은 어머 그랬어요? 하고 찡그리시고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교수님은 그렇게 느꼈을 수 있을것같다며 주의하겠다고 하고.. 근데 자긴 항상 내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주어진 걸 가지고 활용을 잘 하는것같아서 정말로 어찌지냈는지 궁금했다고.. 자기가 궁금해 하는 환자 TOP3에 내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 이렇게 말했어야됐나? 그래야 관심받는다고 느꼈을까요? 하시더니, 아마 서로가 생각하는 관심의 내용과 온도가 달랐지 않았나..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또 폭탄발언도 했다. 솔직히 여기서 교수님한테 치료받으면서 두어번 생각했다고..... 저교수는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내가 빨리 죽어서 저 교수한테 복수해야겠다! 라고.... 교수님 깜짝 놀라심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그런 과정으로 생각이 흘러갔냐 묻고는 나는 그만큼 관심받고싶었던것같다고 말함. 


그리고 또 교수님이 실험 얘기 하심 ㅋㅋㅋㅋㅋ 이번에 하는 실험은 의료진이 환자의 자살/자해충동을 어떻게 하면(환자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고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착용해서 평가하는것인데 사례비도 준다고.. 그래서 해보겠냐고 하시길래 해 보겠다고 함. 


교수님 11월 말까지만 이병원서 진료 보시고 곧 해외 1년 나가신다고 하셔서 이 말은 꼭 하고싶었다고 말하면서 마무리. 




아 이제 할일 없다 끄끄끅 


진짜 할일 없다 ㅋㅋㅋㅋㅋ 4시 10분. 밥 시간만 기다리네. 아오진짜C 지루한데 불안해 ㅜㅜ 왜이리 지루하고 불안하냐 도대체... 죽고싶어질라고함.. 통제불능.... 얼굴에 계속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오소소소소소.... 불안해 죽고싶어.. 무릎에도 소름이 돋아 저릿저릿. 결국 비상약을 하나 먹었다. 쎄로켈 25mg. 


아오 소름이 없어지질않는다. 소름이 계속 돋으니.. 새로운 유형의 불안인가? 모르겠지만 어쨎든 찬송가가 머릿속에 둥둥 떠오름. ㅇㅅ언니 보고싶다... 삐약쌤 보고싶다... 상담쌤보고싶다... 후우 .. 돌겠다.. 첫날부터 너무 힘이 든다.. 일주일 지낼 수 있을까? 


아 맞다, 주치의가 우리 엄마랑 얘기 나눠보고싶다고.. 전화해봐도 되냐고 물어서 ok했다. 그리고 또오.... 2시간 가까이가 지나도 얼굴 소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안에 안없어지려나보다..... 지금은 저녁 6시.. 투약시간까지 2시간 반..... 뭐하지? 미치겠는걸?? 


자살사고... 또 침투한다. 밖에 나가서 간호사한테 얘길할지 말지 고민중. 갑자기 나는 왜 이곳에 있나. 어차피 퇴원하면 똑같이 죽고싶을텐데.. 얼른 디지고 싶다. 얼른 죽고싶어.. 퇴원 시켜달라고 할까? 빨리 죽는게 낫지 않나.. 너무 불안하고 죽고싶다. 




결국 또 비상약 먹었다ㅜㅜ 오늘만 두 번..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 나 혼자 바다에 던져진것만 같다. 이 외로움과 공허함이 너무 힘들다. 삐약쌤 상담쌤이 보고싶다...ㅜㅜㅜㅜㅜ 하아.. 약을 빨리 먹고 잠들고싶다.... 



병실 아줌마와 수다.. 힘들었다... 


아줌마는 내가 아직 큰돈을 못벌어봐서 죽고싶은거라고 했다. 돈을 모아보라며... 청소든 무슨일이든 해서 돈부터 모으라고 그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속으로는 씨발 내가 돈없어서 죽고싶은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럼서 비웃었다. 아마 나는 돈이 있어도 죽고싶을거라고.. 네가 뭘 아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오늘 약 복용 


아침: 리스페달 1mg 

점심: 리스페달 2mg 

저녁: 리튬 600mg / 리스페달 2mg / 쎄로켈 50mg / 부스피론 10mg 

비상약: 쎄로켈 25mg x2 / 쎄로켈 25mg (새벽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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