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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Jun 03. 2023

221020 목요일: 자살사이클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세번째 입원: 20221018~20221029

오늘은 새벽 4시에 깼다.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잤다. 아침 7시 반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샤워를 했다. 오늘 아침 혈압은 좀 낮아서 3번이나 다시 쟀다. 9시에는 차모임에 참여했다.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노래들을 들었는데 좋았다. 그런데 그 좋은 와중에도 죽고싶단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갔다. 




주치의 면담 





이런저런 얘기들..


저번에 자살사이클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네모빈칸에 대해 말했다. 네모 빈칸 때문에 다시 원래 안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주치의는 이게 뭘까요? 하면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말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직업, 진로, 엄마와의 갈등 들이 주로 있는 것 같고.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그래프도 그려주시고 설명도 상세히 해 주셨다.



우선 예전에 비해 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물으셨다. (남들이 보기에) 


1. 상담쌤 말이 더 잘 들린다. 솔깃한다. 특히 더 나아질수있다는 부분에 대해... 행복해질수있다는 부분에 대해 얘전에 들었을땐 솔깃하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꽤 많이 솔깃한다. 


2. ㅇㅅ언니가 나보고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예전에는 내가 아무리 좋은 소리 해줘도 땅굴만 파고 있더니 요즘은 그래도 내 얘기도 듣는거같다 라고 ㅇㅅ언니가 피드백해주었다. 


스스로 느끼는것.. 스스로가 느낄때 나아진것같다고 느끼는 부분. 


1. 핫초코 한잔 (한시간짜리였지만 마음이 진정되는걸 느꼈다) 


저번에 상담갔을때 충동이 멕시멈이었는데, 쌤 말 듣고 집오면서 핫초코를 한 잔 마시면서 마음이 가라앉고 진정이 되었던 일화를 이야기 했다. 물론 한시간 후에 다시 충동이 위로 올라왔지만 적어도 한시간은 마음이 진정됐다. 


2. 아이패드 드로잉 -> 몰입 


아이패드 드로잉을 하면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몰입하다보면 괴로운 생각도 많이 안나서 그때만큼은 다른걸 다 잊어버리는 것 같다. 


주치의는 이것들이 엄청나고 대단한 거라고 말했다. 이제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게 되었네요! 하고 말이다. 


동그라미 그래프 (첨부한 이미지) 를 그리면서는 이런식으로 사이클이 도착하는 지점이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는것같다고.. 이런식으로 나아지고 있는것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이 그래프처럼 움직이는게 마냥 제자리걸음일수도 있겠다고... 내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면서 그래프를 그려보니 더 알겠다고 하시는데... 공감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제자리걸음인것같아도......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사이클은 여전히 계속 돌지만 도착지점은 다른거라고 주치의가 말하는데 되게 위로가 되더라. 주치의가 내 마음에 대해 알아볼려고 그래프를 이렇게 그려서 완성해준게 너무 고마웠다.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고 또 말해주니....... 감사함 ㅜㅜ 스트레스 얘기하다가 바리스타 그 모녀에 대해서도 말했고... 근데 주치의는 이게 죽을만큼의 스트레스는 아니지 않았냐고 말하면서 확실히 적은 자극에도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는것같다고 말했다. 


주치의에게 물었다. 쌤, 저 아니면 폐쇄병동 올 일 없죠? 주치의 네!! ㅋㅋㅋㅋㅋ 뭔가 쌤은 폐쇄 졸업하신것같은데 저만 아직 졸업 못한것같아요ㅜㅜㅜㅜㅜ 했더니 주치의, 뭐 저도 졸업한건 아니지요.. 고작 1년 있었고.. 같이 성장하는거죠 뭐 ㅎㅎ 라고 말해줌 ㅋㅋ 


또 주치의랑 같이 공단취업 VS.  사회복지사 각각의 장단점을 논의했다 


공단취업 

-안정적

-정년보장

-비교적 널널하게 일할수있다

-보람이 적다 

-단점: 시험준비가 까다롭고 재수삼수 가능성있음 


사회복지사 

-보람이 많다

-계약직으로 일할 확률이 높다

-조직구조/조직문화에 적응할수있을까?

-텃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일 시작 가능 

-업그레이드 버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전문성/보람/정규직) 




오전~오후3시까지 일하는 간호사가 작별인사를 했다ㅜㅜ 좋았는데ㅜㅜ 원래 외과간호사란다.. 다시 외과병동으로 돌아간단다 흑흑 ㅜㅜ 간호사가 다른사람들 몰래 뜨거운물 필요하면 주겠다고도 했고 딱 한번정도는 커피에 약 먹어도 된다고 해줬는데ㅜㅜ ㅋㅋㅋㅋㅋㅋㅋ 인수인계하고 인사하고 간댔는데 그냥 가버렸다ㅜㅜㅜ 나는 슬프고 서운하다ㅜㅜ 살갑게 챙겨주던 간호사가 사라져버리니까.. 진짜 많이 아쉽다 ㅜㅜ 간호사도 소중하고 중요하다.. 집단상담 같이 했던 세이님이 떠오른다 또 ㅋㅋㅋㅋㅋㅋㅋ 



점심먹고 햇볕 쬐면서 커피 마셨다. 같은 방 아줌마가 테이블이랑 의자를 복도 쪽으로 내 놓아 과자를 꺼내놓고 잠깐의 피크닉을 했다. 간호사도 잠시 와 피크닉에 참여하고 ㅋㅋㅋㅋ 재밌는 피크닉이었다. 그래도 아직 한시반밖에 안됐다니 ㅜㅜㅜㅜㅜ 오늘의 면담은 주치의 밖에 없어서 오전에 진작에 끝났고... 오늘 교수님은 9시~18시까지 밥도 못먹고 환자 100명 보는 날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 안돼셨군 ㅠㅠ ㅋㅋㅋㅋㅋ 



병실 아줌마랑 산책하면서 진로고민 이야기했고.. 절대자가 정해주는것처럼 아줌마가 뭔가를 하라고 딱! 정해줘서 좋았다. ㅎㅎ 나는 항상 절대자가 내 인생의 길을 뙇 하고 정해줬음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가 그거 해!! 라고 딱 정해주니 속이 다 시원 ~~ 


새우깡 너무 마시땋ㅎㅎ 병실 아줌마 새우깡 뺏어벅기 냠냠 ♡



지금은 오후4시. 나는 홀로 치료요법실에 있다. 앞으로 저녁시간까지 1시간 반, 뭘할까 생각하며 책과 컬러링북 웰니스(작업지) 일기장을 들고 요법실에 왔다. 마음 정리를 좀 해봐야겠다. 주치의가 오늘 그려준 Circle로 내가 현재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알았다. 원은 제자리걸음인듯 해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그러게 나아지고 있는 건 또 나만 몰랐네... 역시 우리 주치의 대단해.... 나한테 그걸 알게끔 쉽게 설명하다니... 세삼 또 주치의한테 감동하고.... 또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었구나 싶어서 뭉클하기도 짠 하기도 하다. 날 이렇게 이해하고자 애를 쓰셨구나 싶어서......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것 또한 알기 때문에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한테 이걸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뇌를 했을까 싶어서... 돈 값어치 하네.. 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나는 죽고싶은가? 그건 맞다. 아무리 감동했어도 죽고싶은건 죽고싶은것. 어떤게 왜 죽고싶나? 희망이 없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사실 희망이 없다. 희망은 죽을 때 쯤 생기지 않을까? 주치의나 교수님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그들이 내게 감동을 주더라도... 나는 죽고싶은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죽고싶다. 


요법실에서 22살 먹은 남자애와 인사했다. 틱이 있다고... 1달째 입원중이고 틱 때문에 책을 찢을까봐 책을 못읽는다 말했다. 그리고 나처럼 이번 입원이 3번째 입원이라고도 했다. 틱이 있어 책을 찢을까 책을 못읽는다고 한 부분에서는 조금 놀랐다. 아... 틱이 있으면 저렇게 불편하겠구나.. 싶은걸 처음 알아서. 


아이 추워, 이놈의 병실 진짜 너무 너무 추워.ㅜㅜ 


오늘 아빠가 이불하고 담요 갖다주기로 함... 근데 넘 춥다 진짜ㅜㅜ 8시까지 언제기다리나ㅜㅜ 6시10분... 책이나 더 읽어야겠다. 흑 ㅜㅜ 쇼코의 미소 다시읽는중인데 너무 재밌다 ㅎㅎ 개방병동 가는거는 고민중.. 개방 가면 더 힘들어질것도 같아서 고민중... 기왕 쉬는김에 진짜 자극없이 쉬어보자는 마음에... 삐약쌤도 상담쌤도 폐쇄병동에 있는걸로 한표를 던졌으니, 한번 따라봐야지. 쿠쿠 오늘밤은 제발 따뜻하게... 삐약쌤 보고싶다 ㅎㅎ 망할 다음카카오는 복구가 됐을까? 나의 다음메일 ㅜㅜ 



앗싸! 이불이 왔다 이불이. 오늘밤은 꿀잠예약? 중간에 안깨면 좋겠다. 잠깐이라도 아빠 얼굴 봐서 좋았다. 이제 곧 8시...... 약 하나 더 먹고 잠들시간. 3일 생각보다 잘 흘러가는 것 같다. 내일은 4일차 쿠쿠 잘지내고 있군! 낼 또 일찍일어나서 샤워해야지. 낼도 1빠로 샤워해야지. 




**오늘의 약 복용


아침: 리스페달 1mg 

점심: 리스페달 2mg 

저녁: 리튬 600mg / 리스페달 2mg / 쎄로켈 50mg / 부스피론 10mg / 인데놀 20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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