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량체질 08화

취향에 우열이 어디 있나요

취향 그리고 선택

by 알담

좋아하는 것에 옳고 그름이 있을까. 헌책방 구석에 쌓인 책들의 큼큼한 냄새가 좋아서 책을 읽지 않더라도 한껏 책을 펼친 다음 고개를 박고 냄새를 맡아대는 것, 비오는 날 양말 젖는 게 싫어서 일기예보에 비 소식만 들렸다 하면 어떤 옷에든 상관없이 긴 장화를 신는 것, 만화속 주인공이 좋아 월급을 털어 캐릭터 행사에서 관련 상품을 모조리 사들이고 밤새워 애니메이션을 돌려보는 것.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 어떤 취향도 잘못되지 않았다. 취향을 제안하고 공유할 수는 있어도 강요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다. 멋있어 보이는 취향이 있을지언정 하찮은 취향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평가하는 사회에서는 따라하고 싶은 취향과 뒷말이 나오는 취향이 갈린다. 취향도 자랑하는 시대가 왔다.


취향의 이파리는 매번 피고 시들지만 뿌리는 예전부터 만들어져 있다. 흙을 갈고 새싹을 솎으며 지지대를 세워주면서 취향을 길들이고, 죽이고, 튼실하게 자라게 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다. 타인과 취향을 같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남들따위 신경쓰지 않고 꽃잎마다 물감을 칠할 수 있는 주체도 나다. 취향을 따라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죄는 아니다. 다만 몇가지 자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취향을 스스로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가? 좋아하다 못해 파고들 수 있는가? 그 취향을 결국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가? 그저 보여주기 위해 곁눈질로 훔치기 급급한 쇼윈도 취향은 아닌가?


아름다운 취향은 존재한다. 아름답지 않은 취향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 역시 가변적이다. 모두가 노란색 블라우스를 살 때 나는 초록색 니트가 맘에 든다면 그걸 사면 된다. 복숭아가 철이라지만 딸기가 먹고 싶을 때는 얼린 딸기라도 사서 스무디로 만들자. 초록색 니트와 딸기 스무디로 퍼즐을 맞춰도 완성된 느낌이 들지 않을 때는 한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호피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액션 영화를 보러 나가보자. 모래알보다 자잘한 취향더미에서 굴러다니다 보면 분명 손가락에 붙어나오는 취향이 있을 거다. 그게 뭐든 그것부터 손바닥에 담아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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